두번 열리는 바닷길 … 하루 절반은 육지
② 고흥군 남양면 우도
2010년 06월 14일(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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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9시 30분 고흥군 남양면 우도 앞 바다가 속살을 드러냈다. 거짓말처럼 길이 솟아오르자 기다렸다는 듯 주민들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뭍으로 반찬거리 사러 나가는 굽은 허리의 할머니, 어제 잡은 해산물을 팔러 간다는 젊은이들이 경운기와 1t트럭에 올라타 부지런히 움직인다.
한 주민은 “섬에 있을 때는 금세 빠지고 들더니 막상 나가려고 하면 징그럽게 (길이) 안난다”며 바다를 향해 괜히 쏘아붙인다. 우도는 고흥군 남양면에 있는 조그만 섬(0.54㎞)이다. 하루 절반만 섬이다.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면 ‘모세의 기적’이 생겨나 폭 3m인 시멘트 도로로 차와 사람이 다니지만 물이 차면 고립되는 섬이다. 섬 형상이 소 머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바닷길이 열렸다=우도 44세대 108명 주민들은 물때에 맞춰 산다. 물이 빠지는 시간에 섬을 나갔다 들어오고 넓은 청정 갯벌을 돌아다니며 바지락과 게, 낙지를 잡는다.
통상 오전에 한 차례, 밤에 한 번 두 차례 바닷길이 열린다. 이 시각에 맞춰 주민들은 뭍으러 나간다. 오전 물이 빠지는 시각은 대략 6시간 정도다. 섬에는 생필품을 살만한 가게·약국이 전혀 없어 이 시각에 맞춰 뭍에서의 일정을 조정하고 시간을 정한다. 지인 결혼식에 참석하려면 바닷길 열리는 시각에 맞춰 아예 꼭두새벽에 나가거나 전날 움직인다. 자녀 결혼 날짜도 3∼4개월 전, 물 때 계산을 여러차례 한 뒤 잡아야 뒤탈(?)이 없다고 한다. “할 일이 산더미인데, 결혼식 뒤 꼬박 하루를 죽치게 하면 무슨 욕을 먹겠냐”는 것이다.
“죽을 때도 물때 맞춰 죽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하루 두 차례만 길이 열리는 탓에 자식들 애태우거나 상갓집 온 손님들 고생시키지 않으려면 시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뭍으로 이어진 1.2km 길은 숱한 사연을 품고 있다. 마을 이장 박장일(32)씨는 “17년 전 중학교 다닐때만 해도 돌로된 길을 지나다녔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시멘트 포장을 하고 차가 다닌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썰물 때 작대기를 꽂아 길이 나는 곳을 표시한 뒤 밀물 때 돌을 배에 싣고 가 빠트리고, 다시 물이 빠지면 평탄하게 고르는 방법으로 만들었다는 것. 개펄 속으로 돌이 푹푹 들어가는 바람에 이 길을 만드는데도 10년 넘게 걸렸다고 한다.
신일남(60)씨는 “겨울이면 돌길이 꽁꽁 얼어붙어 걷다가 넘어진 일도 흔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분교가 설립된 1960년 이전만 해도 물 때 맞춰 움직이느라 지각하는 아이들이 넘쳤다는 것. 늦은 밤 컴컴하고 무서운 바닷길을 건너다 마중나온 엄마 품에 안겨 울던 주민들도 많았다.
◇ 넓은 갯벌=물이 빠지고 바닷길이 열리면 우도는 갯벌로 둘러싸인다. 3㎞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걷다보면 굴을 키우는 대발이 시커먼 갯벌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두 개의 섬은 갯벌로 이어진다. 시커먼 갯벌 사이로는 짱뚱어와 게가 기어다니고 주민들은 갯벌 사이로 바구니를 끌면서 호미로 낙지를 캔다. 밀물 때 쳐놓은 그물에 잡힌 고기를 잡는 것도 이 시기다. 용케 우도를 알아 찾아온 관광객들도 바닷길 옆 갯벌로 들어가 짱뚱어며 새우를 잡는다.
박 이장은 “해안선을 따라 탐방로가 조성되고 내년 특산물 판매장이 들어서고 펜션도 갖추면 가족의 섬으로 몰려들 지 않겠냐”고 말했다.
◇ 넘치는 수산물=우도 주변은 청정해역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청정 갯벌에 굴, 꼬막, 바지락, 게가 널려 있고 일년 내내 해산물이 풍부하다. 봄과 가을에는 낙지를 잡고 여름에는 꽃게와 병어 잡이에 나선다. 봄과 여름의 중간에는 서대·양태를 잡고 가을에는 전어와 바지락이 나기 시작한다. 겨울에는 굴이 넘치고 잡은 해산물은 장날에 가지고 나가면 순식간에 동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요즘에는 아예 주민들이 섬에서 나는 해산물을 잡으면 인근 횟집이 예약을 해놓고 물 때에 맞춰 활어차를 보내 가지고 간다.
44세대 중 32세대가 자신들의 배를 갖고 있으며 4세대도 굴, 꼬막, 바지락을 캐 생활을 하고 있다.
싱싱한 해산물을 많이 먹어서인지 70세가 넘은 노인이 많지만 직접 산낙지와 바지락, 굴을 캐러 다닐 정도로 건강하다.
송옥순(여·73)씨는 “40년 넘게 낙지 잡아 자식들 키웠다”면서 “지금도 바닷가 나가는 게 걱정스러운지 매일 전화오는데 성가셔 죽겠다”며 웃었다.
◇ 섬이 달라진다=우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박 이장은 “고흥군이 우도를 ‘가족의 섬’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내년부터는 관광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하루 두번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과 낙조가 아름다운 섬, 천혜의 갯벌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박 이장은 “우도와 인근 보치, 갖도섬 사이에 돌로 노둣길을 만들고 해안선을 따라 탐방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우도 주변에는 낙조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도 곳곳에 설치해놓은 상태다. 어촌체험장을 마련해 개맥이 체험과 조개·바지락을 캐는 갯벌 체험 프로그램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한옥형 펜션단지와 오토캠핑장을 조성한다는 복안도 세워놓고 있다.
뭍으로 반찬거리 사러 나가는 굽은 허리의 할머니, 어제 잡은 해산물을 팔러 간다는 젊은이들이 경운기와 1t트럭에 올라타 부지런히 움직인다.
한 주민은 “섬에 있을 때는 금세 빠지고 들더니 막상 나가려고 하면 징그럽게 (길이) 안난다”며 바다를 향해 괜히 쏘아붙인다. 우도는 고흥군 남양면에 있는 조그만 섬(0.54㎞)이다. 하루 절반만 섬이다.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면 ‘모세의 기적’이 생겨나 폭 3m인 시멘트 도로로 차와 사람이 다니지만 물이 차면 고립되는 섬이다. 섬 형상이 소 머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바닷길이 열렸다=우도 44세대 108명 주민들은 물때에 맞춰 산다. 물이 빠지는 시간에 섬을 나갔다 들어오고 넓은 청정 갯벌을 돌아다니며 바지락과 게, 낙지를 잡는다.
통상 오전에 한 차례, 밤에 한 번 두 차례 바닷길이 열린다. 이 시각에 맞춰 주민들은 뭍으러 나간다. 오전 물이 빠지는 시각은 대략 6시간 정도다. 섬에는 생필품을 살만한 가게·약국이 전혀 없어 이 시각에 맞춰 뭍에서의 일정을 조정하고 시간을 정한다. 지인 결혼식에 참석하려면 바닷길 열리는 시각에 맞춰 아예 꼭두새벽에 나가거나 전날 움직인다. 자녀 결혼 날짜도 3∼4개월 전, 물 때 계산을 여러차례 한 뒤 잡아야 뒤탈(?)이 없다고 한다. “할 일이 산더미인데, 결혼식 뒤 꼬박 하루를 죽치게 하면 무슨 욕을 먹겠냐”는 것이다.
“죽을 때도 물때 맞춰 죽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하루 두 차례만 길이 열리는 탓에 자식들 애태우거나 상갓집 온 손님들 고생시키지 않으려면 시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뭍으로 이어진 1.2km 길은 숱한 사연을 품고 있다. 마을 이장 박장일(32)씨는 “17년 전 중학교 다닐때만 해도 돌로된 길을 지나다녔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시멘트 포장을 하고 차가 다닌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썰물 때 작대기를 꽂아 길이 나는 곳을 표시한 뒤 밀물 때 돌을 배에 싣고 가 빠트리고, 다시 물이 빠지면 평탄하게 고르는 방법으로 만들었다는 것. 개펄 속으로 돌이 푹푹 들어가는 바람에 이 길을 만드는데도 10년 넘게 걸렸다고 한다.
신일남(60)씨는 “겨울이면 돌길이 꽁꽁 얼어붙어 걷다가 넘어진 일도 흔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분교가 설립된 1960년 이전만 해도 물 때 맞춰 움직이느라 지각하는 아이들이 넘쳤다는 것. 늦은 밤 컴컴하고 무서운 바닷길을 건너다 마중나온 엄마 품에 안겨 울던 주민들도 많았다.
◇ 넓은 갯벌=물이 빠지고 바닷길이 열리면 우도는 갯벌로 둘러싸인다. 3㎞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걷다보면 굴을 키우는 대발이 시커먼 갯벌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두 개의 섬은 갯벌로 이어진다. 시커먼 갯벌 사이로는 짱뚱어와 게가 기어다니고 주민들은 갯벌 사이로 바구니를 끌면서 호미로 낙지를 캔다. 밀물 때 쳐놓은 그물에 잡힌 고기를 잡는 것도 이 시기다. 용케 우도를 알아 찾아온 관광객들도 바닷길 옆 갯벌로 들어가 짱뚱어며 새우를 잡는다.
박 이장은 “해안선을 따라 탐방로가 조성되고 내년 특산물 판매장이 들어서고 펜션도 갖추면 가족의 섬으로 몰려들 지 않겠냐”고 말했다.
◇ 넘치는 수산물=우도 주변은 청정해역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청정 갯벌에 굴, 꼬막, 바지락, 게가 널려 있고 일년 내내 해산물이 풍부하다. 봄과 가을에는 낙지를 잡고 여름에는 꽃게와 병어 잡이에 나선다. 봄과 여름의 중간에는 서대·양태를 잡고 가을에는 전어와 바지락이 나기 시작한다. 겨울에는 굴이 넘치고 잡은 해산물은 장날에 가지고 나가면 순식간에 동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요즘에는 아예 주민들이 섬에서 나는 해산물을 잡으면 인근 횟집이 예약을 해놓고 물 때에 맞춰 활어차를 보내 가지고 간다.
44세대 중 32세대가 자신들의 배를 갖고 있으며 4세대도 굴, 꼬막, 바지락을 캐 생활을 하고 있다.
싱싱한 해산물을 많이 먹어서인지 70세가 넘은 노인이 많지만 직접 산낙지와 바지락, 굴을 캐러 다닐 정도로 건강하다.
송옥순(여·73)씨는 “40년 넘게 낙지 잡아 자식들 키웠다”면서 “지금도 바닷가 나가는 게 걱정스러운지 매일 전화오는데 성가셔 죽겠다”며 웃었다.
◇ 섬이 달라진다=우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박 이장은 “고흥군이 우도를 ‘가족의 섬’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내년부터는 관광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하루 두번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과 낙조가 아름다운 섬, 천혜의 갯벌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박 이장은 “우도와 인근 보치, 갖도섬 사이에 돌로 노둣길을 만들고 해안선을 따라 탐방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우도 주변에는 낙조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도 곳곳에 설치해놓은 상태다. 어촌체험장을 마련해 개맥이 체험과 조개·바지락을 캐는 갯벌 체험 프로그램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한옥형 펜션단지와 오토캠핑장을 조성한다는 복안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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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을 기자
/사진=고흥 위직량기자
/사진=고흥 위직량기자
▲ 가는 길=보성군 벌교읍에서 고흥 방향으로 가다(국도 27호선) 남양면 소재지로 들어간 뒤 100m 정도 가다보면 우도로 이어진다.
출처 : 광주일보(http://www.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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