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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여행감상

우도, 보이지 않아도 그 길 항상 그자리

by 고흥을 찾아서 2010. 7. 23.

우도,보이지 않아도 그 길 항상 그 자리

 

■ 고흥 우도

달의 성질이 그 섬에 들고 나는 것을 결정한다. 뭍에 가까이 있는 섬은 물때 따라 가는 길이 나고 꽉 막히기도 한다. 녹동이나 나로도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만나는 바다, 그 바다에 우도가 있다. 갈대숲 너머로 작은 섬 하나 있다.

물이 밀려나면 차츰차츰 그 섬으로 가는 길이 드러난다. 기다란 길이 섬을 향해 뻗는다. 길 끝에 용달차 경운기가 몰릴 때도 이때다. 물때 맞춰 뭍으로 일 보러 나가는 섬 주민들.

바닷길이 열리면 줄줄이 행차한다. 고막 실은 용달차가 벌교로 가고, 낙지 실은 용달차가 순천터미널로 간다. 동강 장날에는 용달차 안에 할머니들이 만원이고 짐칸에는 섬에서 나는 제철 생선과 채소가 다 실린다.

우도 바닷길은 하루에 두 번 열린다. 주민들은 '아침물길' '저녁물길'이라 한다. 조금 물때가 주민들 생활과 안성맞춤이다. 날 밝아진 아침과 날 어두워지기 전에 길이 난다. 이러하기에 섬주민들은 결혼식 칠순잔치 등 집안 대소사가 주로 조금 물때에 이뤄진다.

길 따라 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미묘한 재미와 아름다움이 있다. 햇빛에 빛나는 갯벌, 그 너머로 바다 또한 눈부시다. 멀리 큰구렁섬, 작은구렁섬, 아래구렁섬이 눈부심 속에 있다. 갯바람이 좋다.

길 건너며 바다 공부를 한다. 갯벌 위에 짱뚱어들이 야단법석이다. 숭어가 뛴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독발(독살)'도 온전히 둘러쳐져 있다. 독발은 부잣집에서 하던 고기잡이. 섬에서 돌을 실어 날라야 하는, 인부를 부릴 정도로 재산이 있어야 했다. 독발을 놓지 못한 주민들은 '토전발'이라 하여 갯벌에 뻘흙을 쌓아 고기잡이를 했다. 흙담을 쌓고 대나무발을 얽어 고기를 가두었다.

바닷길 옆으로 대나무가 여기저기 꽂아 있다. 굴을 길러내는 옛 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봄에 굴알이 자연스럽게 대나무에 엉기고 그 굴이 뻘에 떨어져 자라나게 된다. '노지식'이라 하여 굴껍데기를 바다에 넣어 굴을 수확하는 모습도 살필 수 있다.

지금은 반반한 시멘트로 포장된 바닷길이지만 30년 전만 해도 바닷길은 섬사람들의 애환이었다. 예전에는 돌을 넣어 길을 만들었다. 1년에 한번 동네 사람 전체가 달려들어야 하는 큰 작업이었다.

물이 빠졌을 때 길 따라 '쫑대(작대기)'를 줄줄이 꼽아두었다가 물이 들면 배에 돌을 실어 그 줄에 맞춰 돌을 빠트렸다. 또 물 빠지면 돌을 정리해 걸어 다닐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바닷물에 미끌미끌해지고, 건들건들한 돌길은 장에 고기 팔러 나가는 할머니를 몇 번이고 넘어지게 했다.

물때 맞춰 열리고 닫히는 길, 늘 애간장이었다. 학교 시간에 맞춰야 하는 우도 학생들의 불편은 안쓰러움으로 가득했다. 제 때 바닷길이 나지 않은 날은 배를 타고 건너야 했고 바닷길이 늦어지면 학교에 늦어 우도 학생들은 모두 지각대장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지각하지 않으려고 살얼음이 낀 겨울에도 바지를 걷고 물속 길을 걸어 학교에 가기도 했다. 큰 애들이 작은 애들 하나씩 업고 건넜다. 학교가 끝나고도 물때가 늦어진 때는 캄캄한 밤까지 길 열리기를 기다렸다. 어둑한 바닷길을 건너오다 보면 맞은 편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자식 걱정에 걸어오고 있었다.

우도마을은 낮은 동산 너머에 자리하고 있다. 동산 꼭대기에 서면 바다 가운데 '내'가 있다. 넘어서면 선착장에 작은 배들이 출렁이고 원색 지붕의 집들이 오후 햇살에 따스하다.

우도는 원래 '쇠섬'이라고 했다. 한자로 쓰면서 '우도'가 됐다. 쇠섬이라 불리게 된 데에는 소머리와 똑같이 생긴 바위가 있기 때문. 마을을 끼고 서쪽 해안길로 가다보면 기이한 해식애가 펼쳐진다. 이상하게 생긴 바위 가운데 혀를 내밀고 있는 소바위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한 시간이면 섬 한 바퀴가 금방인 조그마한 섬이지만 어촌마을의 생기 가득한 갯내음과 넓은 갯벌이 가져다주는 시원함이 물씬 거리는 곳. 득량만 가장 깊숙이 자리한 곳으로 사철 바닷일이 성하다.

이 마을 박순기(48) 씨는 "여기가 고기들의 산란 서식지이고 조개 서식이 아주 좋은 황금 어장터" 라고 말한다.

겨울과 봄에는 주낙으로 낙지를 잡고 자망으로 서대 양태 조기를 잡는다. 여름에는 병어 새우 꽃게를 잡고 가을에는 전어를 잡아들인다. 특히 낙지와 전어는 어획량이 많아 이곳 사람들의 주소득원이 된다. 갯벌에서는 굴 바지락 참고막 새고막이 자란다. 사철 뻘낙지 잡이가 이어지고 둥태(통발)로 돌게를 잡는다.

이맘때 어부들은 전어잡이를 끝내고 봄철까지 이어지는 낙지주낙을 준비하고 있다. '보치'라고도 한다. '약샘끔'으로 가본다. 약샘끔에는 바닷물이 나면 갯바닥에서 물이 솟아나는 '갯샘'이 있다. 그 물을 마시고 병자가 나았다는 얘기가 있어 물을 길어 가는 외지인도 있다.

약샘끔이는 우도 갯꾼들이 가장 아끼는 뻘밭이기도 하다. 벌교에서도 알아주는 우도뻘낙지가 잡히고 바지락밭이기도 하고 쏙밭이기도 하다. 뻘낙지는 봄하고 가을에 하는 작업으로 시방 갯꾼들의 손은 다급하다.

추워지면 낙지가 뻘 깊이 들어 잡지 못하기 때문. 여름에 뻘낙지 잡이를 하지 못하는 것은 뜨거운 날씨 때문에, 비가 많이 와서 민물을 싫어하는 낙지가 뻘 속으로 기어들기 때문.

뻘낙지 잡이 갯꾼 6명이 새의 긴 부리처럼 생긴 갯호미로 뻘을 파헤치느라 바쁘다. 손가락으로 구덩이를 이리저리 쑤셔보고 판다. 파고 파서 잡아낸 낙지, 사방으로 꿈틀대는 싱싱함이 넘쳐난다. 뻘을 파헤치는 갯꾼들의 몸은 수십 년 동안 해 온 갯바닥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긴 다리를 가진 새가 긴 목을 내밀어 먹이를 찾고 있는 모양새와 한가지다.

해가 진다. 금빛으로 붉은빛으로 물드는 바다. 고흥 10경에 '중산 일몰'이 있듯 해질녘의 아름다움이 잔잔하게 빛난다. 그러나 갯꾼들은 지는 해를 등지고 하염없이 호미질을 계속 한다. 우도는 해질녘의 찬란함과 바닷가 사람들의 질긴 갯살림을 보여주고 나서야 섬에서 나가는 길을 열어 준다.

글ㆍ사진=김창헌 자유기고가

<가는길> 광주→화순→벌교가는 15번 국도→벌교읍→고흥 동강면→남양읍 중산리 표지판→우도

 

 


 


고흥 우도 맛집

<고흥읍 지리산식당의 '추어탕'>

두 할머니가 주문을 받고 찬을 내놓는 깔끔한 집이다. 추어탕을 전문으로 하며 읍내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된장기가 많은 추어탕이다. 그래서 국물 맛도 빛깔도 좀 색다른 추어탕이다. 상호는 '지리산'을 내세웠지만 된장을 듬뿍 넣은 것은 오히려 지역성이 크다.고흥을 비롯한 남해 바닷가 고장은 다른 곳보다 된장으로 음식의 맛을 내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뚝배기에 그득하다. 국물이 걸쭉한 것은 미꾸라지를 삶아 익힌 다음 체에 걸러내거나 갈아 넣었기 때문이다. 걸쭉하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잘 삶아진 시래기 또한 보드랍다. 씹히는 맛이 포근포근하다. 주인장 할머니는 "시래기를 햇빛에 말리지 않고 그늘에 말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뻣뻣하지 않단다. 추어탕 동나는 시간이 식당 문 닫는 시간이라 한다. '그날 끓인 것은 그날 쫑낸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 개운한 맛을 날마다 지켜내는 것. 또한 맛을 떨어트리지 않으려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국산 미꾸라지만 쓴다는 데 있다. 중국산 미꾸라지를 쓰면 맛이 확연히 달라 국산을 고집하지 않을 수 없다.

찬으로 나온 된장으로 무친 톳나물은 우들우들 씹히는 맛이 있고 꼴뚜기젓도 연하고 정갈하다.

전화:(061)833-7782, 메뉴:추어탕(6000원) 미꾸라지전골(2만5000원) 오리탕(2만2000원)

 




고흥 우도 가볼만한 곳

<팔영산>

산정에서 동쪽으로는 여자만, 남쪽으로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볼 수 있는 등산코스로 유명. 산행 내내 다도해 풍경과 아기자기한 풍경들이 펼쳐져 지루한 줄 모르고 산봉우리에 성큼 오르게 된다.

팔영산의 수려함과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등산의 대표적 코스는 능가사에서 출발, 여덟 봉우리를 종주한 후 산허리길을 타고 다시 능가사로 하산하는 길로 4시간 정도 소요. 팔영산 동쪽에는 자연휴양림과 류청신 피난굴, 남열해수욕장과 용추바위 등이 있으며 점암쪽에 능가사가 있다.

 

입력시간 : 2009. 10.30. 00:00

 



출처 : 전남일보(http://www.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