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4월부터 1975년 12월까지 <신동아>지에 연재되면서 주목받았던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문학과지성사)’은 소록도를 배경으로 권력과 자유, 개인과 집단, 사랑과 공동체의 밀도 있는 질문을 특유의 진지한 문장으로 묻는다.
아름다운 풍광의 소록도에서 투병하는 주민들의 삶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그려냈으며, 나환자들이 모여사는 소록도에 낙토건설을 명분으로 부임한 의사 조백헌 원장과 이를 끊임없이 견제하는 이상욱 보건과장의 대립이 이야기의 근간을 이룬다.
그리고 4.19혁명에서부터 경제개발 독재시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경제안정과 물리적인 삶을 위해 정치적 자유와 정신적 삶을 포기하게 만든 당시의 사회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소록도 나환자 병원에 조백헌 대령이 새로운 병원장으로 부임해 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정의로운 인간형으로 소록도를 나환자들의 천국으로 만들 것을 주민들에게 약속한다.
그러나 이전 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소록도를 자신만의 천국으로 만들어갔는지 기억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조원장은 나환자 축구팀을 만들고, 그의 노고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주민들에게 득량만 간척사업을 제안한다. 주민 소유의 농지를 만들고 육지와 섬을 잇자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이에 주민들은 그에게 자신만의 동상을 만들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하고 ‘출소록’의 대공사를 시작한다. 자연과의 거대하고도 지난한 싸움이 전개되지만 정작 그보다 더 일의 진척을 더디게 하는 것은 배신에 대한 두려움이다.
한편 간척지를 노리는 외부 사람들의 간계로 조원장은 반강제로 섬을 떠나게 된다.
7년 후, 소록도에서는 윤해원(음성 병력자)과 서미연(건강인)이라는 두 미감아 출신의 결혼식이 거행되고 주례는 놀랍게도 조원장이다.
그는 간척사업을 취재했던 기자에게 자신이 섬으로 돌아온 이유, 그리고 자신이 이 섬에 만들려던 천국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한다.
이제 섬의 평범한 주민이 된 그가 꿈꾸는 것은 사랑과 믿음에 기반한 운명 공동체 바로 그것이다.
이청준(李淸俊, 1939~2008)
전남 장흥군 대덕면(현 회진면) 진목리에서 태어났다. 광주서중학교과 제일고등학교를 거쳐, 22세 되던 1960년 서울대학교 문리대 독문학과에 입학했다. 그의 인생과 문학 전체를 좌우하게 될 4.19를 이 해에 겪는다. 대학 시절에는 토마스 만을 애독했다고 전해진다. 1965년 대학 4학년 재학 중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등단한다. 이듬해인 1966년 대학을 졸업하고 <사상계>에 입사하여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이후로 타계할 때까지 그는 별다른 굴곡 없이 엄청난 양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했다. 1967년 [병신과 머저리]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고, 1969년 [매잡이]로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1974년 소록도병원장 조창원을 모델로 한 장편 [당신들의 천국]을 신동아에 연재했으며, 1978년에는 [잔인한 도시]로 이상문학상을, 1986년에는 중편 [비화밀교]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시기 약 2년간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나 곧 사직한다, 1990년에는 [자유의 문]으로 이산문학상을 수상했고, 회갑을 맞은 1999년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석좌교수로 부임한다. 2003년 열림원에서 그의 전집이 완간되는데 그 권수는 자그마치 장편 11종 12권, 중단편소설집 10권, 연작소설집 3권 등 총 25권에 달한다. 이후로도 장편 [신화를 삼킨 섬](전2권), 소설집 [꽃 지고 강물 흘러],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을 더 출간했다. 2008년 7월 31일 지병인 폐암으로 별세했다. 2012년 9월 그의 전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재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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