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꿀/ 박문희
고흥 과역에서 겨울꽃이 한 다발 도착했다
바다 내음 그득 담겨 왔다
시집오던 해 꿀을 보낸다기에 받아 보았더니 꽁꽁 동여맨 비닐봉지에서 굴이 나왔다
형님 이건 가짜 꿀인데요, 웃으니
음마 진짜 자연산인디, 나가 한나 씩 따서 깐 건 디
짧은 겨울 해가 꿀꿀한 이른 아침 바닷가에 나가
윙윙 분주히 굴을 따 앙다문 입술을 두드려 우유 빛깔 속살들을 깨웠을 그녀다
삶은 아직 밀물 썰물이 수시로 드나드는
날 것이라 조심스레 가끔 싱싱한 안부만 전할 뿐이다
이잉, 엄마는 잘 있제이, 나가 딸 노릇도 못 하고
말 끝을 흐리다가는
우리 동생 이쁘다, 이뻐
그날 저녁 밥상에 오른 꿀은
입안 가득 육즙이 터져 나와 온통 끈적거렸다.
회월 박문희 시인
경북 의성 출생, 경남 창녕 거주.
등단 : 대한문학세계 신인상(2017)
시집 :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로 활동 시작
공저 : 벗은 발이 풍경을 열다, 내몸에 글을 써 다오
이력 : 시사모동인 운영위원, 우리시 정회원, 한국시인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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