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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관련문학

박용주의 시 "목련이 진들"

by 고흥을 찾아서 2017. 6. 11.

 

 

 

목련이 진들

 

- 박용주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해마다 오월은 다시 오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이 땅에 봄이 오면

 

소리 없이 스러졌던 영혼들이

 

흰빛 꽃잎이 되어

 

우리네 가슴속에 또 하나의

 

목련을 피우는 것을

 

그것은

 

기쁨처럼 환한 아침을 열던

 

설레임의 꽃이 아니요

 

오월의 슬픈 함성으로

 

한 잎 한 잎 떨어져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순결한 꽃인 것을

 

눈부신 흰빛으로 다시 피어

 

살아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로운 눈빛을 하는데

 

한낱 목련이 진들

 

무에 그리 슬프랴.

 

(박용주,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 장백문예3)

 

 

박용주는 1973년 광주출생이며 1987년 당시 나이 15살, 전남 고흥 풍양중학교 2학년 학생으로 전남대학교에서 주최한 ‘5월문학상’에  ‘목련이 진들’로 당선됐다. 

 

그 때 시들을 모아 시집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를 펴내고 난 이후에는 시작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목련이 진들'은 1980년 5.18 광주 민중항쟁을 온전하게 문학으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1989년에 음악활동하던 소리모아 박문옥선생이 작곡하여 5.18을 추념하는 노래로 많이 불러지고 있다.

 

우리에게 광주항쟁은 두 가지 감정으로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무고하게 죽임당하고 사후에도 매도당했던 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죄스러움, 슬픔이 자리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항쟁에서 살아남아 그 이후의 역사를 이끌어온 항쟁의 전사들과 그들과 함께 발맞추며 투쟁해온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다. 표층적으로는 전자의 감정이 두드러지지만 내면적으로는 후자를 깊게 포함하고 있다.

 

시인은 5.18 광주 민주영령들을 목련처럼 “순백의 영혼으로” 비유하면서 “흰빛 꽃잎이 되어 우리네 가슴속에 또 하나의 목련”으로 끊임없이 피어나는 것을 목도하고 그런 역사를 계승할 것을 우리 스스로에게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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