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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관련문학

신연두의 시 "새소리 밥상"

by 고흥을 찾아서 2017. 6. 11.

 

새소리 밥상

- 신연두

 

뿌연 어둠이 잔기침을 하며 똑똑 창문을 두드린다

새소리 자명종이 내 귀를 침범한다

매일 반복되는 그들의 소리가 삼각산

하천을 다라 초록 이파리들에게 부딪친다

그들은 메조 포르테로 울림을 주니

달리는 차의 경적 소리는 기가 죽었다

테너와 소프라노로 듀엣 연주를 한다

매일 무심코 들었던 나는 문득 그의 이름이 궁금해

쫑긋쫑긋 귀를 앞세워 창밖으로 주파수를 맞춘다

사그라졌다 반복하기를 수차례

뭐 이름은 알아서 무엇 하랴

신새벽에 나를 깨워주는 몫이라 하자

빗소리까지 가세를 한다

어제 따가운 햇살을 부둥켜안은 먹구름은

문을 열고 나오더니 한소끔 눈물을 떨군다

그러자 턱밑에 있던 휴대폰 소리가 와르르 쏟아진다

갖가지 소리가 세상을 열고 닫는다

나는 그 맑은 소리들을 조심스럽게 불러 모아 아침상을 차린다

시집『이슬의 어원』2016. 모아북스

 

 

신연두 시인은  전남 고흥 출생으로 계간 <스토리문학>으로

등단하고 시집 『새소리 밥상』『이슬의 어원』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