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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관련문학

백무산의 시 '가방 하나'

by 고흥을 찾아서 2015. 12. 25.

 

가방 하나

 
- 백무산

 

두 여인의 고향은 먼 오스트리아
이십대 곱던 시절 소록도에 와서
칠순 할머니 되어 고향에 돌아갔다네


올 때 들고 온 건 가방 하나
갈 때 들고 간 건 그 가방 하나
자신이 한 일 새들에게도 나무에게도
왼손에게도 말하지 않고
더 늙으면 짐이 될까봐
환송하는 일로 성가시게 할까봐

우유 사러 가듯 떠나 고향에 돌아간 사람들

엄살과 과시 제하면 쥐뿔도 이문 없는 세상에

하루에도 몇 번 짐을 싸도 오리무중인 길에
한번 짐을 싸서 일생의 일을 마친 사람들
가서 한 삼년
머슴이나 살아주고 싶은 사람들



 

시인 백무산

출생1955년, 경상북도 영천

데뷔 1984년 《민중시》 1집 <지옥선>등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청사, 1988)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노동해방문학사. 1990)

『인간의 시간』(창비, 1996)

『길은 광야의 것이다』(창비. 1999)

『초심』( 실천문학사, 2003)

『길 밖의 길』( 갈무리, 2004)

『거대한 일상』(창비, 2008),

『그 모든 가장자리』 (창비, 2012),

『만국의 노동자여』 (실천문학사, 2014),

『폐허를 인양하다』 (창비, 2015)등

수상

1989 제1회 이산문학상,

1997 제12회 만해문학상,

2007 제6회 아름다운 작가상,

2009 제2회 오장환문학상

2009 제1회 임화문학상,

2012 제20회 대산문학상 시부문 수상 등

경력 노동해방문학 편집위원 등

 

 

게재자 주해)

이 시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간호학교를 졸업한 20대의 두 수녀 마리안나와 마가렛이 1959년 말과 1962년도 초에 소록도에 와서 각각 43년과 39년을 환자들 곁에서 헌신하다가 2005년 11월 21일 71세와 70세의 나이로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어려운 길을 택한 것도 대단하지만, 나이가 많아져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편지한장 남기고 올 때처럼 달랑 가방 하나 들고 별일 없다는 듯 떠났다하니 가슴이 얼얼하다. 그녀들이 이곳을 떠난지 10년이 지났다. 마리안나는 소록도에서부터 알게된 대장암으로 투병중이고 마가렛은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다고 한다. 그녀들이 남긴 편지 전문을 다시한번 읽어보며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바래본다.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

 

이 편지를 쓰는 것은 저에게 아주 어렵게 썼습니다. 한편은 사랑의 편지이지만은 한편은 헤어지는 섭섭함이 있습니다.

 

우리가 떠나는 것에 대해 설명을 충분히 한다고 해도 헤어지는 아픔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겁니다. 각 사람에게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되겠지만 이 편지로 대신합니다.

 

마가렛은 1959년 12월에 한국에 도착했고 마리안나는 1962년 2월에 와서 거의 반세기를 살았습니다. 고향을 떠나 이곳에서 간호로 제일 오랫동안 일하고 살았습니다. 이제는 저희들이 천막을 접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현재 우리는 70이 넘은 나이입니다. 소록도 국립병원 공무원들은 58세~60세 나이에 퇴직합니다. 퇴직할 때는 소록도에서 떠나야 되는 것이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 건강이 허락이 될지 몰라 이곳을 비워주고 다른 곳에 가서 사는 것은 저희들의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고향으로 떠나기로 결정합니다. 우리 나이가 은퇴를 지나서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사회복지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서 우리는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없어도 환자들에게 잘 도와주는 간호사들이 계셔서 마음놓고 갑니다.

 

옛날에는 약과 치료품들이 많이 필요 했을 때 고향에서 도움을 받아 도와 드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 소록도는 여러 면에서 발전되어 환자들은 많은 혜택을 받고 있어서 우리들은 아주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이 큽니다.

 

한국에서 같이 일하는 외국 친구들에게 가끔 저희가 충고해주는 말이 있는데 그곳에서 제대로 일할 수가 없고 자신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줄때는 본국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자주 말해 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말을 실천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편지를 보는 당신에게 많은 사랑과 신뢰를 받아서 하늘만큼 감사합니다. 우리는 부족한 외국인으로써 큰사랑과 존경을 받아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이곳에서 같이 지내면서 저희에 부족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을 이편지로 미안함과 용서를 빕니다.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큽니다. 그 큰마음에 우리가 보답을 할 수 없어 하느님께서 우리대신 감사해 주실 겁니다. 항상 기도안에서 만납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리안나, 마가렛 올림

소록도 2005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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