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도에서 민박
- 목 필 균
늦은 밤까지 술잔 기울이더니
일행은 모두 잠들었다
맨살 파고드는 모기의 날개 소리
방충망 들썩이도록 코 고는 소리
잠 못 드는 밤은
새벽까지 거리가 얼마나 먼지
낯설게 흔들리는 해풍이
방안 가득 스며든다
여정 함께 했던 노래 소리가
오던 길에 만났던 사람들 모습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사라졌다가는 나타나고
저 비릿한 삶의 체취를
왜 진작 맛보지 못했는지
감각도 없이 흐른 한 줄기 눈물
눈만 뜨고 마당을 둘러본다
돌배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그 어둠 속으로 불면에 지친
내가 낯설게 서 있다
입안 가득 씹히는 모래알
지루한 뒤척임 속에
길기만 했던 밤이 드디어
삐꺽 새벽을 연다
목필균 시인
춘천교육대학 및 성신여대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 전공
시집 『거울보기』
서울숭곡초등학교 교사
'고흥관련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남용의 시 '지붕없는 예향藝鄕, 고흥으로 가는 길' (0) | 2015.09.27 |
---|---|
정성수의 시 '거금도에 어머니 한 분 살고 있었네' (0) | 2015.07.12 |
홍해리의 시 '단단한 바다---거금도에서' (0) | 2015.07.12 |
홍해리의 시 '그리운 낙조, 거금도' (0) | 2015.07.12 |
윤준경의 시 '거금도 낙조' (0) | 2015.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