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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관련문학

목필균의 시 '거금도에서 민박'

by 고흥을 찾아서 2015. 7. 12.

 

거금도에서 민박

- 목 필 균

늦은 밤까지 술잔 기울이더니

일행은 모두 잠들었다



맨살 파고드는 모기의 날개 소리

방충망 들썩이도록 코 고는 소리

잠 못 드는 밤은

새벽까지 거리가 얼마나 먼지



낯설게 흔들리는 해풍이

방안 가득 스며든다

여정 함께 했던 노래 소리가

오던 길에 만났던 사람들 모습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사라졌다가는 나타나고



저 비릿한 삶의 체취를

왜 진작 맛보지 못했는지

감각도 없이 흐른 한 줄기 눈물



눈만 뜨고 마당을 둘러본다

돌배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그 어둠 속으로 불면에 지친

내가 낯설게 서 있다



입안 가득 씹히는 모래알

지루한 뒤척임 속에

길기만 했던 밤이 드디어

삐꺽 새벽을 연다


 

목필균 시인

춘천교육대학 및 성신여대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 전공

시집 『거울보기』

서울숭곡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