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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여행감상

할 말 많은 고흥과의 만남, 그리고 여행

by 고흥을 찾아서 2010. 11. 13.
그놈 목소리
하늘은 거침없이 푸르고, 바다는 보란 듯이 파란 곳. 고흥을 둘러보면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쉽게 그려낼 수 있다. 애써 표현하자면 ‘무한청정지역’이랄까. 티 없이 맑음, 깨끗함, 순수함, 화사함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무언가가 고흥을 뒤덮고 있다. 이를 강조하도 하는 듯 고흥의 사물들은 곳곳에서 사랑타령이다. 스윽~ 덥석! 솔로인 당신의 눈길을 잠시만 붙잡아본다. 영원히 홀로 지낼 마음이라면 기꺼이 놓아 드리겠소만, 그건 또 아니잖은가. 고흥의 사물이 들려주는 사랑이야기에 잠시만 귀를 기울여보면, 사랑? 그 까짓 거, 별거 아니다. 혹은 ‘사랑이라면 내가 전문가!’라며 더 이상 볼 것도 없다고 큰소리치는 당신. 어허, 거만하게 굴 때가 아닐 텐데. 무한청정지역 고흥이 들려주는 사랑이야기. 어디 한 번 들어봅시다.
사랑 이미지
어린 시절, 새끼손가락은 절대적인 약속의 징표였다. 머리가 커지면서 엄지 도장이 더해지고, 손바닥 복사가 더해지고. 제법 어른이 되면 도장을 만들고, 계약서라는 것을 이용하게 되고. 그러면서 ‘믿음’이란 단어는 머릿속에서 잊혀져갔다. 거기까지, 감상은 이제 그만!
진지모드로의 진입을 방해하는 녀석들. 진한 가을 하늘을 뒤집어 쓴 고흥의 사물이 소리친다. ‘끝없이 생각한들, 니들이 믿음을 알아?’라고. 어린이의 그것마냥 티 없이 맑은 고흥의 자연, 사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감상에 젖곤 한다. 그리곤 녀석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릴 때쯤에야 정신을 차리지. 뭐라고 떠드나 들어보면 ‘아하!’ 진정 무르팍도사가 따로 없다. 역사의 숨결을 고이 간직한, 임진왜란 속 영웅들의 순절과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서려있는 고흥이기에 믿음에 대한 정의는 참으로 명쾌하다. 고흥의 자연이, 사물이 정의하는 ‘믿음’을 통해 다시 한 번 순수한 믿음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믿음 이미지
많은 이들이 ‘꿈을 꾸는 사람만이 성공한다!’ 말한다. 진짜? 콧방귀를 심하게 날려주는 고흥의 사물들. 녀석들은 “꿈을 꾸는 자는 몽상가일 뿐, 꿈을 이루는 자만이 영웅이 될 수 있다!”라고 외친다. 이건 혹시? 그렇다, 광개토대왕의 명언이었던 것이다. 에헴, 녀석들이 대왕의 명언을 베꼈든 아니든, 고흥은 시골 어촌마을에서 국내 우주항공수도로 부활을 이뤄냈다. 어디 이뿐이랴, 핍박과 시련 속에 폐쇄돼버린 섬을 거대한 다리를 앞세워 당당히 세상 앞에 문을 열었으며, 한없이 펼쳐진 바다를 메우고 또 메워 드넓은 논으로 바꿔 놓기도 했다. ‘이봐, 희망은 꿈만 꾼다고 되는 게 아냐!’ 바위를 발판삼아 힘차게 도약하던 파도 방울이 끼어든다. ‘희망은 준비된 기다림이야, 언젠가는 반드시 말려주겠어’ 빨랫줄에 하늘을 걸겠다는 빨래집게도 한마디. 고흥의 사물들이 들려주는 얼토당토않은 희망이야기, 거참 대단들 하셔~
희망 이미지
“사랑은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이지” 중산일몰관망대에 조용히 읊조리는 가로등.“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고흥만 방조제에 세워진 빛바랜 표지판의 외침.“사랑은 한없는 기다림이야” 녹동항 수산물시장의 귀퉁이에서 미소 짓는 의자.“다채롭고, 화려해야 사랑이지” 도화헌 미술관의에서 수다중인 물감들.“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라봐 주는 것” 바다를 바라보는 녹동항 유람선의 라이트.“연주하지 않아도 감미로운 멜로디를 들을 수 있는 것” 오랜 풍금이 전하는 사랑이란.“다른 곳을 보더라도 끝까지 함께 하는 것” 남포미술관의 연인, 작은 조명들의 속삭임.“함께 힘쓰고, 함께 땀을 흘리는 것” 천경자 전시관의 그림 걸이 한 쌍이 정의한 사랑.“서로의 뒷모습을 그리워하는 것” 마을회관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슬리퍼 한 짝.“꾸밈없이 솔직한 것, 그것이 사랑” 거금도 관망대의 벽이 전하는 사랑이야기.“상상만으로 행복해지는 것” 거금도 펜션의 우체통이 강조하는 사랑.“사랑은 노력하고, 쟁취하는 것” 마복산 기암절경을 마주하며 벌새의 외침.“믿음이란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 소록대교를 지탱하는 기둥의 조용한 말.“전봇대는 나로 인해 아름답고, 나는 전봇대로 인해 버티고 있어” 천등산의 표지판.“나만 믿어! 떨어지지 않게 도와줄게” 고흥만방조제 버팀목의 믿음직한 한마디.“믿음은 말이지, 듬직한 자세가 중요해” 거금도 해창마을에 차곡차곡 쌓여진 점보상자.“조금의 틀림도 없이 정확해야 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유자공원의 저울들.“여기로 와. 책임지고 지켜줄게” 듬직한 거금도 금진선착장의 주차정지선.“서로에게 의미를 주는 것이 믿음이지” 선평선착장의 배와 줄의 속삭임.“존재만으로 편안함을 주는 것” 붉게 상기된 얼굴로 믿음을 강조하는 어선의 소화기.“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 유람선 선장실의 문고리.“끊임없이 준비하고 관리하는 것” 녹동항의 구명조끼가 전하는 믿음이란.“그런 건 모르지만, 난 100% 한우라고” 고흥읍 마을의 순박한 소의 한마디.“잘 열리지? 그럴 줄 알았어” 폐교되었지만 믿음을 갖고 끊임없이 운동했다는 미술관의 나무문.“하늘? 내가 접수하겠어!” 희망은 소망에서 비롯된다는 나로도의 로켓.“도로를 따라 잘 둘러봐. 희망은 도전이야” 바다를 메워 만들어진 해창만의 긴 도로.“지켜봐, 반드시 탈출할거야” 희망에 ‘무리’란 없다고 강조하는 신평선착장의 돼지들.“물고기도 날 수 있어. 편견을 버려” 월정해안방풍림에서 물 위를 나는 물고기.“하늘은 날 부러워 해, 난 자유롭거든” 자신감은 희망의 원천, 고흥만방조제의 기러기.“대한민국 부동산 재벌은 누구? 바로 나!” 고흥 해변을 모두 접수하겠다며 설치는 게.“내 주인은 어린이야, 박지성도 내가 업어 키웠잖아” 신안분교에서 미소 짓는 자전거.“햇살만 있으면 돼, 그럼 나무 따윈 상대가 안 되지” 비자나무를 따라 위로 오르는 풀.“일단 날아봐, 앉아 있으면 희망은 없어” 남열리에서 비상하는 기러기의 희망정의.“봤지? 성공했어. 이제 바다만 찾으면 돼” 녹동항 시장에서 탈출한 뒤 흥분한 물고기.“내 몸을 스친 발이 세계를 뛰어다닌다고” 고흥중학교 축구공의 희망찬 한마디.“조금만 더 가면 하늘에 닿을 거야, 그치?” 능가사 앞 대나무들의 열정적인 희망경쟁.
한국관광공사 트래블아이 취재기자 최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