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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여행감상

남도 끝자락에 자리한 희망의 섬 나로도와 소록도

by 고흥을 찾아서 2010. 11. 13.
남도 끝자락에 자리한 희망의 섬
섬이야기 하나
끝나지 않은 우리의 도전

"발사 1분전!”
지난 8월25일 오후 5시, 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KSLV-1)’가 발사되는 나로도 우주 센터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3, 2, 1, 0! 발사!” 드디어 나로호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힘차게 솟구쳐 올랐다. 우리 힘으로 만들어 우리 땅에서 쏘아 올리는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 나로호는 안타깝게도 이날 정상 궤도 진입에 실패하며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하지만 우주와 미래를 향한 꿈 자체가 좌절된 것은 아니다. 우주를 향한 나로도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주센터가 나로도로 간 까닭은

나로도는 어떻게 국내 최초의 우주 전진 기지가 된 걸까. 사실 나로도는 과거 남해안의 황금 어장으로 불리며 어업 전진 기지로 유명했던 곳이다. 특히 삼치 어장은 때에 따라 바다 위 시장이라 불리는 파시가 열렸을 정도. 나로도 주민들은 “여기 삼치는 굉장히 크고 맛이 좋거든. 지금도 많이 잡히긴 하지만 예전에는 더했다니까”며 옛 시절을 더듬는다.

아쉽게도 이 같은 전성기는 70년대 이후 점점 내리막길을 걷게 되지만, 뭍과 내나로도를 잇는 나로도 1대교가 완공되고 뒤이어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를 이어주는 나로도 2대교가 개통됨에 따라 섬은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을 만큼 아름다운 섬 비경들과 덕흥, 염포 해수욕장 등 여름휴가를 위한 장소들이 널리 알려지면서 나로도는 지금까지도 고흥 관광 일번지로 꼽히고 있다.

미래를 열어 갈 우주 전진 기지로
하지만 나로도는 더 큰 포부를 품고 있었다. 2001년 1월30일, 나로도는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하게 되는데, 국내 최초로 자체 위성발사체 발사장을 갖춘 500만㎡ 규모의 우주 센터 건립 부지가 외나로도 하반 마을로 확정된 것이다. 전남, 경남, 제주 등 남해안에 인접한 총 11개 후보지 중에서 최종 후보지로, 다시 남해 상주 지역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우주 시대를 열어갈 전진 기지로 꼽힌 곳은 바로 다름 아닌 나로도였다.
미래를 열어 갈 우주 전진 기지로

긴장되던 부지 선정의 순간들! 우주 센터가 세워지려면 여러 가지 요소들이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일단 주변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안전성이 우선이었다. 발사 시 혹시 모를 위험과 발사체에서 분리되어 떨어지는 부품들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지리적인 요건은 필수. 나로도는 남해안 상 최남단 지역인데다 다도해 국립공원이라는 국유지 안에 속해 이 같은 위험 요소들이 적고 부지 확보 또한 용이했다. 게다가 발사체를 발사하기 위한 발사 각도도 다른 어느 곳보다 높았다. 나로도는 15°, 상주는 2°. 결국 나로도가 최적지로 꼽힐 수밖에 없었다.

사실 당시 지리적인 여건으로만 따지면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이 가장 유리했다고. 하지만 이곳은 지역 주민의 반대가 심해 센터 건립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어쩌면 나로도는 애초부터 국내 최초의 우주 센터를 품게 될 운명을 지니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발사대를 비롯해 추적레이더동, 발사통제동, 추진기관시험동 등 우주 발사에 필요한 첨단 장비와 시설을 갖춘 나로 우주 센터로 덕분에 한국은 세계에서 13번째로 자체 발사장을 갖춘 나라가 되었다는 사실, 그 중심에 나로도가 있다.

미래를 열어 갈 우주 전진 기지로

“아주 장관이었어요! 소리가 말도 못하게 컸다니까요. 과학관 언덕 너머로 발사체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금세 사라질 줄 알았는데 꽤 오래까지 보이데. 그 날 해상 유람선 탄 사람들은 처음 발사장에서 발사하는 모습까지 다 봤다고 하던데, 정말 대단했데요” 나로호 발사의 순간을 이곳 주민인 최기현 씨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예전 우주센터를 한 번 방문한 적 있다는 최 씨, “우주 센터 입구부터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던 길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요. 러시아 과학자들도 세계 어느 발사장보다 아름답다며 감탄했다는데요. 만약 성공했다면 우주센터 관람이 가능한 투어 프로그램 을 운영할 수도 있었을텐데…”하며 아쉬워한다. 현 재 나로 우주센터는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대신 우주센터 입구에는 인공위성과 우주 과학을 테마로 한 우주과학관이 운영되고 있어 그나마 아 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2층 규모의 우주과학관에는 다양한 로켓 모형과 영상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야외에서는 실물 크기 모형의 나로호도 볼 수 있다. 우주과학관 앞에 조성된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는 그야말로 보너스다.

17년 전인 1992년 8월, 국내 첫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남미 꾸르드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쏘아 올려졌고, 그 이후 자체 기술로 개발한 ‘우리별 2호’와 ‘우리별 3호’가 성공 발사되면서 국내 우주 시대를 향한 작은 발판이 마련되었다. 안타깝게도 이번 나로호는 위성 보호 덮개인 페어링 분리에 문제가 생기면서 궤도 진입에 실패하고 말았지만 내년도 예정된 2차 발사를 위한 노력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한 가까운 미래인 2025년 달 탐사 로켓 발사를 목표로 한 발 한 발 전진해 나가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반드시 성공은 얻게 돼있다. 나로도는 오늘도 여전히 희망의 담금질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나로도 둘러보기
나로도 둘러보기
나로 1대교를 건너기 직전에 나로대교 준공 기념탑이 세워진 뷰 포인트가 조성되어 있어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섬 내에 크고 작은 해수욕장들이 많으며 나로도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 해상 관광도 볼 만하다. 바다 위 숨겨진 갖가지 비경들이 일품이다.
우주과학관은 외나로도 동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우주에 대한 기본 원리와 발사 과정, 위성 원리 등을 학습할 수 있으며 실제 크기의 우주 발사체들을 관람할 수 있다. 나로도 동포 어촌체험장, 해상관광농원, 봉래산 등과 연계한 여행 코스를 짜면 좋다. 매주 월요일과 명절 연휴, 공휴일 다음날 휴관. 개관시간은 오전 10시30분~오후 5시30분까지이며,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
홈페이지 www.narospacecenter.kr
섬이야기 둘
외로움의 땅에서 치유의 섬으로

녹동항과 마주해 있는 아름다운 섬 마을 소록도. 한평생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며 헌신하다 몇 년 전 고국으로 돌아간 오스트리아의 두 수녀님 일화로 유명한 한센인들의 보금자리인 곳이다.

섬은 이제 다시 세상과 ‘소통’을 통한 희망의 길 찾기에 나서고 있다. 올 초 소록 대교가 개통되면서 갑작스럽게 늘어난 외지인들의 관심과 방문이 다소 당황스럽고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맙고 반갑기만 하다. 외로움의 땅에서 치유의 섬으로 거듭나기까지, 소록도의 역사를 뒤적이다 보면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져 온다.

섬안 곳곳에 새겨진 아픈 역사의 흔적

‘아기 사슴’ 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고운 이름과 달리 예전 한센병(나병) 환자들에게 소록도는 사회에서 쫓겨나 유배되어 가는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자신 또한 나병 환자였던 파랑새의 시인 한하운의 ‘전라도 길’에는 이 같은 한센병 환자들의 설움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전라도 길

1916년 조선총독부는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내쫓고 섬을 강제 매입해 나병 전문 요양원인 자혜의원을 설립한 후 한센병 환자들을 이곳에 강제로 격리 수용했다. 병으로 인한 고통에 더해 원장의 사리사욕과 전쟁 물자 보급을 위한 끊임없는 노동 착취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이들. 고달팠던 이들의 생애를 푸른 초목이 알까나, 옥빛 바다가 알까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많은 이들이 방문하며 감탄해 마지않는 소록도의 중앙공원은 바로 이러한 원생들의 피땀 위에 세워진 것이다.

벽안의 수녀들을 통해 뿌려진 희망의 씨앗
벽안의 수녀들을 통해 뿌려진 희망의 씨앗

격리 수용된 이들을 위로하고 달랜 건 오스트리아 간호학교를 나온 수녀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레트 피사레크 수녀였다. 그녀들은 모두 20대에 소록도로 건너와 40년 넘게 섬 주민들을 보살폈다. 환자들이 말리는데도 장갑도 끼지 않는 손으로 상처를 어루만지고, 자신들의 생활비까지 퇴원하는 이들의 노자비로 챙겨줄 정도로 헌신하고 봉사했던 두 수녀는 “이젠 나이가 들어 짐이 될 수 있다”며 떠날 때도 새벽에 편지 한 장만을 남긴 채 조용히 배에 올랐다. 손수 환자의 피고름을 짜내던 모습을 본 직원들이 그간의 편견들을 지우고 환자들과 악수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두 수녀가 남긴 희망의 씨앗들은 적지 않다.

벽안의 수녀들을 통해 뿌려진 희망의 씨앗
과거를 넘어 희망을 노래하는 섬

소록도는 고립과 격리, 편견과 차별로 점철되어온 과거사를 넘어 이제 조금씩 ‘희망’이라는 계단을 밟아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한승수 국무총리는 직접 소록도를 방문해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인 냉대와 차별, 편견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한센인 가운데는 재판을 통해 일본 정부로부터 강제 격리 수용에 대한 피해 보상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아직 치유해야 할 마음의 상처가 깊지만 그 예전 벽안의 두 수녀들처럼 정성어린 자원봉사자들의 보살핌은 이들에게 큰 힘을 주고 있다.
귀한 수목들로 가득한 중앙 공원을 비롯해 이들이 가꿔온 소록도는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이다. 이곳을 지켜온 한센인들을 좀 더 이해하고 품어나갈 때, 소록도는 더 이상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누구에게나 희망 가득한 ‘우리들의 천국’으로 남지 않을까.

과거를 넘어 희망을 노래하는 섬
소록도 둘러보기

소록도 둘러보기
녹동에서 500m가 채 안되는 곳에 있는 섬으로 섬의 형상이 작은 사슴과 비슷하다고 하여 소록도라 부르며, 주변에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유람성관광과 소록도 해 수욕장이 있다. 현재 일반인 출입은 안내소에서 중앙 공원 까지만 허용되며 숙박과 취사는 금지된다. 여름 시즌에는 소록해수욕장까지 개방하기도 한다. 안내소에 차를 주차 하고(무료) 중앙 공원까지 도보로 이동하며 가는 길에 수 탄장과 추모비, 감금실과 검시실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중 앙 공원 입구에는 한센병 자료관이 자리해 있다. 주의할 점은 소록도 내에서 외지인의 숙박이 금지돼 있어 저녁 6시 이전에 반드시 육지로 돌아와야 한다. 자세한 정보보기

한국관광공사 트래블아이 정은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