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에는 팔영산 팔봉, 고흥만, 소록도 등 10경이라 불리는 열 곳의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있다. 단순히 말하면 아름다운 ‘경치’ ‘풍경’ ‘절경’이 되겠지만, 단어 그대로의 의미인 ‘볕’을 찾아 열 곳의 자연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고흥의 볕은 남열리에서 기지개를 켠다. 소위 ‘남열리일출’이라 불리는 이곳은, 멀리 나로도를 배경삼아 남열리해수욕장 수면위에서 붉게 타오른다. 햇살 조각이 흩뿌려진 팔영산 휴양림과 높게 솟은 팔봉은 왕관의 그것마냥 화려하고, 소록대교에서 깨어난 볕은 치유의 섬으로 거듭난 소록도를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바다를 메워 논으로 개간한, 하늘에서 보면 큐브의 한 면을 보듯 정갈한 고흥만의 볕은 가을을 담은 듯 억새, 벼와 함께 유난히 쾌활하다.
고흥만과 해창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마복산에 오르면, 햇살은 기암절벽에 부딪히며 고흥 곳곳으로 흩어진다. 천등산의 금탑사에 와서야 볕은 잘게 부서지며 비자나무숲 그늘 속에 살포시 스며든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한 나로도해상과 거금도의 금산해안에 머문 볕은 투명한 물속에 물감이 녹아내리듯 하늘과 바다 깊숙이 번진다.
남해 해룡이 승천한 전설이 담긴 영남용바위에 머문 볕은, 입신양명을 꿈꾸는 사람들과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발길에 서려 장엄한 중에 활기찬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고흥의 풍경을 비추는 볕은 중산일몰관망대에 와서야 안식을 취한다. 바닷길이 열리는 우도너머로 붉게 물들어가며.
도화면 발포가 간직한 역사적 의미는 매우 깊다. 대장군 이순신의 첫 부임지이자 거북선이 제조되었던 덕흥마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충무사는 발포만호성을 정면에 두고 여행자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녹동항에 위치한 쌍충사 역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전 제독이었던 이대원 장군의 사당에, 이순신 장군의 제안으로 임진왜란 당시 순절한 정운 장군을 기리는 사당이 함께 세워지며 두 명의 충신이 함께 모셔진 쌍충사라 칭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프로레슬링 1세대, 박치기 하나로 세계 프로레슬링계를 평정한 김일 역시 고흥 거금도 출신이다. 김일이 태어난 금산에는 아직도 그의 생가와 비석들이 ‘김일기념관’이라 불리며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거금도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의 예능보유자였던 동초 김연수 선생님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화가 천경자, 서예가 송경자 역시 고흥 출신이다.
예술, 역사의 주인공이었던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듯 현재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고흥 출신 운동선수들이 많다. 먼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 점암면 신안리에서 태어난 그는 신안분교(초등학교)에서 2학년까지 학업을 했다. 이 외에 녹동 태생인 축구선수 김태영과 배구선수 신진식, WBA 전 주니어미들급 세계챔피언 유제두 선수 역시 고흥 출신이다.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은 때론 슬픈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고흥의 모습은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며 끊임없이 발전해가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서린, 소외된 섬이었던 소록도는 소록대교를 통해 내륙과의 활기찬 소통을 이뤄가고 있다. 특히 중앙공원의 고즈넉한 모습은 햇살을 머금은 배롱나무와 커다란 돌 위에 새겨진 시, 한하운의 보리피리 등 아픔을 희망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시골 어촌마을로 인식되던 고흥이 현재 대한민국 우주항공수도로 우뚝 섰다. 나로도에 세워진 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이 대표적인 사례. 특히 우주과학관은 중력, 기상, 로켓의 구조와 발사 시 진동까지 느껴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시설을 선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나로도에는 현재 국립고흥청소년 우주체험센터를 건립 중에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발사기지가 있는 이곳. 고흥은 더 이상 ‘시골’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도시’로서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고흥은 남단의 섬마을답게 폐교가 많다. 그러나 마을 주민의 힘으로 폐교들은 남포미술관, 도화헌미술관 등으로 거듭나며 문화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역사와 더불어 첨단 과학과 문화 예술이 숨 쉬는 고흥. 한번 가면 은연중에 발길이 기억하는 기분을 아는가?
다시 찾고 싶은 설렘을 아는가? 고흥에서라면 그 마음을 충분히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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