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속에 지핀 사랑
이신경
장작 타는 냄새
달빛 버물러
가슴이 따뜻하다
탁탁 장작 타는 소리
동굴속 빨려 들어 가는 불길
성난 황소처럼 울끈 불끈 하다
흰 연기 칭 칭 감고
방 고래 향해
기분 좋게 타 들어 간다
온 동네 감싸 흐르는 저녁 안개
엄마의 장작 뒤적이는 손끝에
피어 오른다
반들 반들 빛나는 솥 단지
풍겨 나는 밥 내음
구수한 누릉지
고샅까지 퍼져 나간다
고향 빈집
이신경
굳게 닫힌 창문
마당에 빈 빨랫줄
오수 즐기고 있는 고추잠자리
추억 싣고 여행 떠나자 하네
달빛 가득한 밤
귀뚜리 울음소리
돌담 옆 달맞이꽃
나물 바구니 들고
뛰어 안긴 아버지 품안
우리 딱새야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
주인 없는 뜨락
뒤로하고
돌아서는 눈물
사립문 여닫는 소리 돌담길을 따라오네
서산에 해는지는데
이신경
산 그림자
뒷짐 지고 내려오셨다
고향집 마당
마루에 앉아
외로움을 달랜다
길게 목 뺀 바지랑대 빨랫줄
그네 타고 있는 등지게
그리움에 쌓인 새 한 마리
해는 서산에 지는데
굴 따러 간 어머니는 언제 오시려나
반기는 고향길
이신경
포근한 어머니 가슴
산과 바다가 그곳에 있다
빛바랜 세월 앞에도
사립문은 여려 있다
땅거미 짙은 들녘 건너
훍냄새 배어 있는 어머니
삼베적삼에
허리끈 질끈 동여매고
달려올 건만 같은 발소리
나는 낯선 곳을 헤매는 이방인
날 저문 돌담길 돌아서니
반기는 고향길
사립문은 아직도 열려 있다
이신경 프로필
전남 고흥출신
현대문학사조 시부문 등단
한국문협 시분과 회원
송파문협 회원
시성,한하운문학회 부이사장
한국문학비평가 협회 이사
한국창작문학 본상 수상
시가흐르는 서울 월간문학상
한국창작문학 운영이사
보리피리. 한강문학 .불교문학. 창조문학등
월계간문학 다수공저
시집 《물빛 꿰매기》, 《짚베옷에 흘린 눈물》
주요 작품 <붓, 난을 치다> <고개너머 외딴 집>
< 아궁이 속에 지핀사랑> < 조그만 하늘 속에> <바람의 색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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