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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관련문학

정미숙 시인 18년만에 두 번째 시집 ‘등에 핀 꽃’ 펴내

by 고흥을 찾아서 2018. 12. 31.



‘왼손엔 새끼줄에 꿴 연탄 한 장 들고/ 오른손엔 지푸라기에 묶인 간갈치 몇 마리/ 어깨 뒤에 걸고/ 갈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처럼 걸어가던 당신/ 탁배기 한 사발에 태양이 웃던 해거름/ 아아 그것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그림/ 온몸으로 쓴 당신의 시입니다’

 

이 시는 ‘아버지’에 관한 작품으로 마치 땀내음이 스민 한편의 그림을 그려놓은 듯하다. 자신의 삶의 그늘을 긍정적으로 치환해내고 있는 것이다.

 

고흥출신인 노동 시인 정미숙이 2000년 개인 첫 시집‘이카루스의 날개’를 출간한 이후 18년만에 두번째 시집 ‘등에 핀 꽃(도서출판 작가)’을 최근 출간했다. 총 4부로 구성됐으며 수록된 헛꽃·아버지·익모초 등 80여편은 그리움과 향수, 그리고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번진 살내음이 빚어낸 애틋함을 시로 풀어냈다.

 

삶에 대한 서정적 시각과 자기 나름대로의 참여적 시각이 병존한다. 시인이 스스로 자신을 내려놓은 뒤 바라본 세상과 소소한 일상에의 관조가 넘쳐나고 기교보다는 투박한 문체들로 채우고 있다. 

 

11년 전부터 광주 북구 소재 방직공장 노동자로 근무하면서 보는 시각들이 길러지고 그들의 삶이 시에 녹아나고 있다. 치열한 노동자의 삶을 잔잔히 녹여낸 한점 한점 눌러쓴 펜촉의 날카로움 느껴진다.

 

시인은 출판 소감을 “어느 날 옹골찬 빛들 내게 다가와 등에 핀 꽃이라 불러주더니 다시 백마역에 있는 백마와 함께 희망 또 다른 희망 낳으러 가자며 귓속말 한다”고 시집 머리에 적고있다.

 

시집 표제는 서예가 금초 정광주씨의 글로 새겨넣고, 표지 그림은 시인 자신이 백마역 방문 당시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