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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출신인물

동편제 소리의 대가 송순섭 명창

by 고흥을 찾아서 2010. 4. 16.

 

 

 송순섭(宋順燮:본명, 호:雲山)은 1936년 음력 10월 20일(호적상 1939년 2월 3일) 전남 고흥군 점암면 신안리 532번지에서

농업을 하던 아버지 송응주, 어머니 정채순 사이의 남매 중 첫째(아들)로 태어났다.


  송순섭의 조상이나 후손 중에서 국악을 한 이가 전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송순섭은 세습 국악인들이 사용하는 변말(은어)을

처음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나중에 한참이 지나서야 그런 사람들과 오랜시간 많이 어울리게 되면서 그 변말을 알아듣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다.


  송순섭은 어려서 동네 선배, 친구들과 함께 고흥의 무명소리꾼 김종술한테 취미로 단가, 춘향가, 흥보가 토막소리를 배웠다

 한다.


 

  그후 송순섭은 1957년부터 1년간 전남 광주에서 공대일에게 단가 <장부가>, <천생아재>, 춘향가 중 <이별가>, 흥보가 초입을

조금 익혔다 한다. 송순섭은 이 가운데 <장부가>는 지금도 즐겨 부르고 있으며 그외의 소리는 거의 대부분 잊어버렸다 한다.


 

  송순섭은 1958년부터 약 2년간 광주, 목포, 해남 대흥사에서 김준섭에게 심청가 초입, 수궁가 초입을 배웠고 이때 단가는

배우지 않았다 한다. 당시 송순섭은 대흥사에서 명고수 김명환을 목격하였다 한다.


 

  그런데 송순섭이 공대일 문하에서 소리를 학습할 당시 광주공원에서 살던 전행화(작고)라는 이가 박봉술을 독선생으로 모시고

적벽가를 배우고 있었는데 공대일이 그 학습 현장을 늘 왕래하며 박봉술의 소리가 대단하다면서 늘 감탄하고 그 소리를 조금씩

따가지고 와서 제자들에게 가르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송순섭은 박봉술이 얼마나 소리를 잘하길래 공대일이 그렇게 늘 칭찬을 할까 궁금해 하던 차에 우연히 1962년경에

박봉술 흥보가 음반(신세기레코드 제작 10인치 LP)을 듣게 되었고 과연 대명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제서야 공대일의

감탄이 이해가 되었다 한다.


  그리하여 송순섭은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1963년 부산에 박봉술 명창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곧장 거기로 달려가서 그로부터

아주 오랫동안 단가 <사창화류>(엇중모리), <진국명산>, <적벽부>, 적벽가, 수궁가, 흥보가 세바탕을 완창으로 배웠다 한다.


 

  송순섭 왈, 박봉술은 목이 탁한데도 각고의 노력으로 득음을 해서 목이 꺾여 불가능한 고음도 공력으로 극복한 점이 경이로우며

 그  공력 만큼은 박봉술을 따를 이가 없고 사설 발음이 매우 정확하다고 한다.


 

  송순섭이 박봉술을 존경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박봉술은 제자들에게 자신의 사설에 오자가 있다면 얼마든지 고쳐서 불러도

괜찮다고  한 점이라 한다. 그래서 송순섭은 여러 학자들을 찾아다니며 일부 잘못된 사설을 많이 수정하였다 한다.


 

  박봉술은 어디 좋은 소리가 있다고 하면 제자들을 그리로 보내서 소리를 배워 보라고 적극 권했다 한다. 그래서 송순섭이

박봉술에게 심청가를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정권진한테 가보라고 하면서 “거기 것도 좋으니라”고 말하였다 한다. 이런 까닭에

송순섭은 박봉술에게  심청가와 춘향가는 한대목도 배우지 못했고 이점이 지금 생각해 보면 무척 아쉽다고 한다.


 

  예전에 안향련, 신영희가 목포로 박봉술을 소리 선생으로 모시고 가서 적벽가를 배웠는데 송순섭 왈, 신영희의 적벽가는 들어

보지 못했고 언젠가 안향련의 적벽가를 들어봤는데 기가막히게 잘했다 한다.


 

  송순섭은 1971년부터 1년간 부산에서 김연수에게 춘향가 중 <과거장>~<박석티>, 심청가 중 <심봉사가 망사대에서 자탄하는

데>~ <황성 올라가는 데>를 사사했고 이때 단가는 배우지 않았다 한다. 당시 송순섭은 춘향가 중 <허봉사가 옥중 춘향 점치는

데>를 김연수 외에 다른 명창한테는 배울 수 없었기에 이 소리를 열심히 배웠다 한다.


 

  송순섭의 현거주지는 전남 광주시 북구 운암동이며 광주에서 운산판소리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다. 송순섭은 현재 중요무형

문화재 제5호 박봉술제 판소리 적벽가 기예능보유자 후보이다. 송순섭은 기악이나 춤은 배운 바가 없다고 한다.


 

  송순섭은 현재 고수 가운데 자신의 소리와 가장 잘 맞는 이로 박근영을 꼽고 있으며 현재 송순섭의 공연, 방송, 음반 취입시

거의 대부분을  박근영이 북반주를 담당하고 있다. 송순섭은 과거에 자신이 남긴 판소리 녹음은 지금 들어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2001년5월31일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 이는 송순섭 박송희 창 '판소리 적벽가' 음반(KBS-FM/신나라뮤직 NSC-035, 1CD, 2001년 제작) 해설서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