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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고흥칼럼

'님을 위한 행진곡'은 계속 불러져야

by 고흥을 찾아서 2014. 5. 15.

 

5월은 아프다. 세월호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역사의 아픔을 되새겨야 하는 날짜가 달력 곳곳에 새겨져 있다.

 

5.18 민주화 운동 34주기를 사흘 앞두고 정부가 기념식에서 5.18 상징노래인 '님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불가하기로 함에 따라 5월 단체들이 이에 항의 차원에서 기념식 불참은 물론 별도의 기념식도 열지 않고 세월호 참사 분향소를 방문해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마지막 날 전남도청에서 최후까지 저항하다 숨진 윤상원 열사와 1979년 광주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들불야학 교사로 헌신하다 숨진 젊은 대학생 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위한 '축가'로 헌정된 노래다.

 

곡은 전남대 후배로 대학가요제 수상경력이 있던 김종률이 1981년 5월 광주에 있는 황석영의 자택에서 썼고, 가사는 시민사회 운동가 백기완이 YMCA 위장결혼식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1980년 12월에 서대문구치소 옥중에서 지은 장편시<묏비나리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의 일부를 차용해 소설가 황석영이 붙였다.

 

이 노래는 민주화 및 노동운동 세력 사이에 이른바 '민중가요'로서 빠르게 유포되었고,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대표곡으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 ‘꽃다지’ 등이 불러왔다.

 

이후 작곡가 김종률이 2008년 5.18 30주년 기념 뮤지컬에 쓰일 음악을 모아 '님을 위한 행진곡' 이라는 음반을 발표하면서 광주가 외가라는 가수 서영은이 부르기도 했다. 이 버전은 구전되면서 다소 변형된 가사를 백기완의 시 원문에 가깝게 되돌린 것이다.

 

 ▲ 광주광역시에서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탄생한 '님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와

 5·18민주화운동 기념곡 지정을 위해 제작한 영상입니다.

 

혹자는 이 노래의 작사가 황석영이 1989년 방북했다는 것과 광주민주화운동을 주제로한 1991년 북한영화 '임을 위한 교향시'에 이 노래가 쓰였다고 하나 1982년 이미 나온 노래로 5.18 민주화운동이 1997년 공식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정부주관 공식 기념식에서 2008년까지 제창돼 온 것이다.

 

그러다 2009년부터 대통령 이후 정부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 등이 제기돼 제창의 형태로 수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수십년간 5.18 공식 추모곡으로 불러왔던 ‘님을 위한 행진곡’의 대체곡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5.18항쟁의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역사성 자체를 부정적으로 왜곡하거나 폄하하는 결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신군부의 폭압과 부패한 정권에 맞서 '반(反) 정부'와 '반(反) 체제'를 외친 것이 잘못인가? 주지하다시피, 프랑스 대혁명 당시 부패한 권력에 맞선 시위대에 의해 불려진 '라마르세예즈'는 현재 프랑스의 국가다.

 

그리고 홍콩, 중화인민공화국, 중화민국,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각국의 노동운동 현장에서 이 곡이 현지어로 번안되어 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든 5·18을 흠집 내고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려는 세력들의 도발이 이어질수록, '님을 위한 행진곡'이 5·18 기념곡으로 지정되어야할 이유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는 나아가야 하고 '님을 위한 행진곡'은 계속 불러져야 한다.

 

님을 위한 행진곡 / 서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