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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관련문학

고흥출신 김령시인 '어떤 돌은 밤에 웃는다' 출간


고흥 출신 김령(김혜영) 시인이 첫 번째 시집 ‘어떤 돌은 밤에 웃는다’((주)천년의시작)를 펴냈다.

시인은 2014년 토지문학제 평사리 문학대상 시 부문 당선, 2017년 ‘시와 경계’ 시인상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시집은 소멸의 허무와 애잔함,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안간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존재의 상실과 연동되는 사회적, 육체적 소멸에 대한 의미도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시인이 풀어놓은 절제된 언어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는 사뭇 이채롭게 다가온다.

“나는 죽어서/ 꿈에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다/ 눈썹은 까맣고 피부는 하얗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편안했다//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았으나/ 그만큼의 가벼움을 얻지 못했다/ 언제나 고개가 십오 도쯤 치켜진 채/ 먼 곳을 향해 있었다…”

표제시 ‘어떤 돌은 밤에 웃는다’는 인간적 소멸과 가치의 상실을 다룬 작품이다. 역설적으로 화자는 소멸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실존을 확인하고 있다. 절제된 언어와 감성, 이색적인 이미지는 섬뜩한 울림을 선사한다.


고재종 시인은 추천사에서 “김령의 시는 소통의 단절 속에서 욕망과 불안과 자기 상실의 심리학에 빠져 일탈의 헛된 몽상을 하는 현대인들의 슬픈 초상을 수일하게 드러낸다”며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심상을 즐겨 드러내면서도 그 표현은 평담하고 리듬은 단정하며 메시지는 강렬하다”고 말한다.


그녀가 등단했던 평사리문학대상작이자 이번 출판 시집 제4부에 나왔던 시 '실종',  현대인의 고독이 진하게 배어있으며 이 시간 수많은 신천댁이 존재하고 벽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생각되어 소개해 본다.


신천댁이 사라졌다/


사흘 전까지 웃으며 고기도 드시고/아무런 조짐이 없었다고 하지만

십수 년 전 영감이 사라지고 나서/ 아니 그 이전 고물고물한 아이들의 젊은 엄마일 때 설거지물을 텃밭에 뿌리러 나올 때면/가끔씩 검은 머리와 눈썹이 흐릿해지는것을 보았다/그러다가 일곱이나 되는 아이들과 그 친구들/대청마루에 북적일 때면 단박에/선명한 색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 간격이 너무 멀어 처음엔 눈치 채지 못했지만/새날을 헐어낼수록 새 밤을 흘려보낼수록/온몸의 빛깔이 옅어지기 시작했다/홀로 빈 집에서 벽 속으로 스며들었다가/마당 들어서며 부르면 느릿느릿 걸어 나오곤 했다

형체가 사라지고 실루엣으로만 보이는 날이 늘어갔다/명절이나 휴가철 자식들 들르는 날엔/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와 지내다가/옷감의 물이 빠지듯 온몸의 색이 바랬다/벽 속으로 사라지는 날이 잦아지고/옅은 회색빛을 띠다가 허공에서 불쑥/한 팔이 솟아나곤 했다

일 년 전 작은 딸이 부산으로 모셔갔을 때/실루엣만이 따라갔다가 한참 후/겨우겨우 뒤따라갔다는 이야기도 들렸다/다시 고향집 돌아와 한달 후

신천댁 벽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