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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관련문학222

고흥출신 김명숙 시인의 동시 '친구야 미안해' 친구야 미안해                                                                      김명숙친구에게 미안하다 하고 싶은데어떻게 말을할까 두 눈만 멀-뚱 친구에게 미안하다 하고 싶지만어떻게 말을하지, 입만 달-싹 친구에게 잘못했다 하고 싶은데어떻게 말을 할까, 두 발만 동-동 친구에게 잘못했다 하고 싶지만어떻게 말을 하지, 눈치만 살-살   독자후기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구절과  단어들이 망설임과 고민의 깊이를 더욱 강조하며, 인간관계에서 사과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공감하게 만듭니다. 전반적으로 짧고 간결한 문장 구조와 반복적인 표현이 주는 리듬감이 독특한 매력을 더.. 2025. 3. 11.
고흥출신 김명숙 시인 첫 동시집 '국어시간' 출간 고흥출신 김명숙 시인이자 아동문학가, 가곡과 동요 작사가가 동시로 등단한 지 13년 만에 그의 첫 동시집 ‘국어 시간’을 출간했습니다. 시인은 18여년 동안 여러 학교에서 방과 후 강사로 활동하며, 오랜 시간 동심과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시집에 담았습니다. 시집 ‘국어 시간’은 자연의 모든 것을 새롭게 보며 창의적인 생각과 참신한 비유가 돋보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가정에서 부모·형제와 함께하는 이야기를 동심의 눈높이로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써내려 갔습니다. 시집은 총 76편의 동시로 구성돼 있으며 1~4부에서 각각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고, 5부엔 학교생활, 6부에선 가족과 가정생활에 관한 동시가 실렸습니다. 김명숙 .. 2025. 2. 23.
정혜진의 동시 “내 고향은 그리움의 꽃“ 내 고향은 그리움의 꽃 정혜진 남도 하늘 끝닿는 곳에 높이 솟아 우러른 팔영산 여덟 봉우리 마주보며 우리 마을 감싸 안은 복호산 과역 점암 들녘 아우른 넓은 저수지 둑길엔 소먹이며 네잎클로버 찾던 유년의 추억이 물들어 있다. 푸른 물빛 해창만 지나면 우주항공수도로 우뚝 선 나로도 벚꽃 유채꽃 만발한 고흥만 떠올려 눈 돌리면 그리움으로 피어오른 내 고향 고흥은 긴 세월 흘러가도 시들 줄 모르는 가슴꽃이다. 정혜진/ 동시인, 동화작가 고흥출신 등단 : 동시- 아동문예, 동화 – 광주일보 신춘문예 작품 : 동시집 “바람과 나무와 아이들” 등 17권 동화집 “해바라기의 꿈” 등 6권 수록 : 초등국어교과서 : 동시 “내 가슴엔”, “봄비” 등 2편 초등음악교과서 : 단풍잎 행진 수상 : 한국동시문학상, 전라남도.. 2023. 2. 23.
신진순의 '햇살의 무게' 햇살의 무게 신진순 초여름 나로도에선 함지박 속 햇살도 갯장어가 된다 허리가 수평선보다 낮게 내려온 저 할머니 자신과 함께 늙은 함지수레에 들통 하나 싣고 삼거리에서 동포마을 쪽으로 반쯤 식은 태양을 밀며간다 고무 함지를 노끈으로 꿰매 어깨에 걸친 은백의 세월 무임승차한 갯벌에서 건져 올린 비릿한 체념과 파도 소리까지 싣고 노을 속을 지친 소처럼 느릿느릿 걸어 간다 몇 걸음 가다 멈춰 서서 굽은 허리를 양손으로 받치고 등 굽은 독백 한줌 해변 저쪽으로 푸념하듯 날리며 긴 숨으로 천리 길 가듯 한 뼘 길을 간다 유월의 송엽국 한 무리가 분홍빛 졸음을 켜둔 채 당직을 서는 근무자 없는 허깨비 파출소 담장 밑, 길고양이 한 마리 그 걸음길 멀거니 쳐다보다 애터지고 허기져서 전생을 핥아대며 마냥 앉아있다 파도를.. 2023. 2. 8.
신동옥의 시 '월악' 월 악 신동옥 버려진 집마다 잡초무덤이다 게 중 긴 풀에 주인 잃은 개가 누웠다 가뭄에는 짐승도 귀가 자라서 울음소리 밖으로 물이 흐른다는데 버드내라는 곳인데 바닷바람만 줄기줄기 불어와 나무 한 그루 없는 그루터기 평상에 누웠다간, 뜨내기도 마음을 고쳐먹기 일쑤 인적이래야 배차 시간표에 묻은 손자국이 전부다 아스팔트에 귀를 대면 지척을 갈아엎을 듯 사장등(沙場燈) 달려가는 트랙터 발톱 갈리는 소리 버드내 하고도 월악이다 해방되고 전쟁 끝나고 붙인 이름이다 月下風樂을 줄였다는데, 바람이고 달이고 다 옛말이고 풍악이다 월악산 다래기 마을 끄트머리 유리를 심은 담벼락에 손이 베도록 넘어보던 그 집 앞은 눈에 선한데, 열 손가락에 도장밥을 먹여주던 그 친구 아버지 하루 두 번 벌교로 나간다는 버스를 기다리고 섰.. 2023. 2. 6.
최효림의 시 '유정만리' 유정만리 최효림 유년시절 고무신 신고 학교 가던 등굣길 읍내 5일장 사탕 사러갔던 신작로, 머리에 서리가 내려 찾은 고향집, 성성한 어머니 허리는 할미꽃 활(弓)이 되었다. 마복산* 거북바위, 지붕바위, 투구바위, 학바위는 날지 앉고 그대로고 청죽(靑竹), 청송(靑松)은 성성 하구나. 먼지 폴폴 날리던 비포장길은 한길로 포장되어 검은 아스팔트길이 되었고, 어린 감나무는 나이테를 살찌워 주렁주렁 홍시(虹時) 달아 묵은 시간을 표기한다. 오래 만에 마주한 어머니는 새벽 상경할 아들의 모습을 더 보고자 잠든 아들의 모습을 쳐다보고, 솔부엉이는 어둠을 지배하며 밤의 침묵을 깬다. 밤은 시간의 경계를 다가올 시간보다 더 긴 삶의 여행을 소환하여 잠자는 아들의 키워온 멈추어진 빛바랜 소사(小事)을 늘어놓는다. 이슬.. 2023. 1. 31.
고흥 분청사기를 소재로 한 동화 ‘바다를 담은 그릇’ 발간 고흥 분청사기를 소재로 한 ‘바다를 담은 그릇’이 이미례 글, 차상미 그림으로 리틀씨앤톡출판사 모두의 동화31에서 지난해 11월 발간됐습니다. 아이들이 벌이는 보물찾기 소동을 통해 우리나라 옛 도자기에 대해서 알게 되고 분청사기를 찾으려 했으나 온전한 도자기를 찾을 수 없었던 그들은 결국 자신들만의 분청사기를 만들기로 합니다. ​ 이 책의 배경이 된 곳은 남해안의 작은 갯마을.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군량을 모았던 득량도가 바라다보이는 곳으로 얼마 전, 우주선 나로호를 쏘아 올린 곳이며, 분청사기 도요지가 있는 이곳에선 지금도 분청사기 깨진 조각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전학 온 지오는 앞으로 살게 될 마을에 대해 알고 싶어서 혼자 ‘우리 마을 알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세종대왕과 이순신.. 2023. 1. 12.
김명숙의 시 '고흥' 고흥 김명숙 오십에 들어 고향에 드니 나고 자란 집은 간곳 없고 눈 가는 데로 돌아보니 곳곳이 폐가라 고향에 들어 잠시 나를 놓고 싶은데 받아줄 곳 아무 데도 없네 골목골목 발목에 감기던 풀 향기 이웃했던 희자 언니네 돌담 안으로 능구렁이 굼실굼실 기어 들어가던 그때 잠잠하던 기억들이 실꾸리 풀리듯 고물고물 속수무책 풀려 나오는데 그래도 그렇지 반기는 것 하나쯤은 있어야 고향이지 "아따! 이 썩을 잡것, 뭐 땀시 왔당가." 하며 반기는 남도의 질펀한 욕지거리라도 한바탕 듣고 싶은 날 어쩌끄나 한낮을 지나 어둑어둑 땅거미는 지는데 - 두 번째 시집『내 마음의 실루엣』 수록작품 김명숙 시인/가곡, 동요 작사가 출생 : 전남 고흥 등단 : 제1회 한국아동문학회 신인문학상 당선 : 2008년 국립국악원 생활음악.. 2023. 1. 11.
김명숙의 시 '고흥 유자차를 마시며' 고흥 유자차를 마시며 김명숙 가을이면, 고향 마을의 담장 위가 노란 물결로 이어지던 때가 있었다 집집마다 유자향기가 담을 넘어가면 '그 집은 좋겠네. 큰아들 대학 학자금이 저리 성글게 열렸으 니...... '저 집은 좋겠네. 큰딸 혼수비가 마련됐으니………’ 오고가는 덕담도 덩달아 노오랗게 익어갔다 유자나무 한그루면 아들 대학교 학력이 기록되고, 딸이 호적에서 빠져나갔다 유자차 한잔 앞에 두고 고향을 떠올리니 노오란 유자가 먼저 데구르르 굴러오고 내 유년을 키운 유자향이 코끝에 스며온다 푸른 유자 이파리 사이로 젊은 어머니가 걸어 나오신다 뒤이어 스물이 갓 넘은 앳된 언니가 총총 걸어 나온다 나는 지금 막 도착했다 - 두 번째 시집『내 마음의 실루엣』 수록작품 김명숙 시인/가곡, 동요 작사가 출생 : 전남.. 2023. 1. 11.
김명숙의 시 '고흥사람' 고흥 사람 김명숙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 고속터미널 서울-녹동행 버스를 탄다 귀에 익은 낯설지 않는 전라도사투리 내가 앉은 자리가 고흥이다 눈을 감고 들어보면 더 정겹다 가물가물 잊혀간 저 소리여 비켜주지 않으면 절대로 고흥을 오가지 못하는 벌교를 지나면 이제 곧 고흥이라는 이정표 고향 산천과 오마리 바다가 잰걸음으로 달음질쳐 온다 - 두 번째 시집『내 마음의 실루엣』 수록작품 김명숙 시인/가곡, 동요 작사가 출생 : 전남 고흥 등단 : 제1회 한국아동문학회 신인문학상 당선 : 2008년 국립국악원 생활음악「화전놀이」 등재 : 2011년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천재교육) 「새싹」 동요 4·19혁명 기념식 행사곡 「그날」 작사 현충일 추념식 추모곡「영웅의 노래」 작시 작품 : 가곡「달에 잠들다」외 45곡.. 2023. 1. 11.
황순희의 시조 '모지랑섬' 모지랑섬* - 황순희 오래된 정지 한녘 모지라진 칼이 있지. 나랑 함께 늙는 기라 물 주름진 해변같은 수평선 목에 걸치고 물 밖으로 나온 여자 누구를 지우려고 그리깍고 또 갈았나 닮은 손금 다독이며 비린 섬을 썰으셨나 흰동백 바람 든 어깨 포개진 날 욱신하다 ​ * 전남 고흥군 과역면 백일리 소재 황순희 시인 부산출생 1983 현대시조 지상백일장 장원 2018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2019 시조시학 신인작품상 2023. 1. 10.
신두업의 시 '그림자' 그림자 신두업 당신이 걸으신 길 또 하나의 그림자 왜 그렇게 사느냐고 투정했던 어머님의 삶 샛강 흘러 강으로 강이 바다로 흐르듯 한 세월 걸어와 뒤돌아보니 판화로 찍은 듯이… 해 지고 별이 떠도 지워지지 않는 당신의 그림자 수 없이 아니라고 되뇌면서 오늘도 여전히 따라갑니다. 嶺雲 신두업 프로필 전남 고흥 출생 등단: 2004 문학세계 시집: 『바다가 있는 산』『 끈 풀린 주머니』『 이름값』 공저 다수 수상: 강서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대상, 2022년 위대한 한국인 문학 대상 경력 : 강서문인협회 회장, 사)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사) 한국문협 문학기념 조성위원 2022. 10. 12.
이신경의 시, '아궁이속에 지핀 사랑' 등 아궁이속에 지핀 사랑 이신경 장작 타는 냄새 달빛 버물러 가슴이 따뜻하다 탁탁 장작 타는 소리 동굴속 빨려 들어 가는 불길 성난 황소처럼 울끈 불끈 하다 흰 연기 칭 칭 감고 방 고래 향해 기분 좋게 타 들어 간다 온 동네 감싸 흐르는 저녁 안개 엄마의 장작 뒤적이는 손끝에 피어 오른다 반들 반들 빛나는 솥 단지 풍겨 나는 밥 내음 구수한 누릉지 고샅까지 퍼져 나간다 고향 빈집 이신경 굳게 닫힌 창문 마당에 빈 빨랫줄 오수 즐기고 있는 고추잠자리 추억 싣고 여행 떠나자 하네 달빛 가득한 밤 귀뚜리 울음소리 돌담 옆 달맞이꽃 나물 바구니 들고 뛰어 안긴 아버지 품안 우리 딱새야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 주인 없는 뜨락 뒤로하고 돌아서는 눈물 사립문 여닫는 소리 돌담길을 따라오네 서산에 해는지는데 이신경 산 그.. 2022. 10. 12.
서동석의 시 '발포진 랩소디' *발포진 랩소디 / 서동석​ ​​하늘에도 물길이 있어요 비와 바람이 드나드는 길목이죠​ 낙엽도 허공에서 노를 저어요​ 겨울나무들은 흔들리지 않기 위해 허공 깊이​ 닻을 내리는 법을 알죠​ 좌현 쪽으로 기울던 오동나무 잎이 다급히​ 우현으로 몸을 틀어요​ 놀라지 마요​ 이곳에선 파도치고 배가 드나들 듯 흔한 일이죠​ 운이 좋으면 좌초된 해초 한 줄기에​ 당신의 오후가 생포될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그를 알아볼 순간이 필요해요​ 어쩌면 어선 위에서​ 젊은 어부가 되어 양식한 물김을 뜯고 있거나​ 또 모르지요 누각에서 홀로 일기를 쓰고 있을지도​ 해풍이 부는 밤바다에서 어떤 그림자를 보거든​ 신호를 보내듯 말을 걸어야 해요​ 이렇게 물어보는 건 어때요?​ 혹시 12라는 숫자를 좋아하세요?​ 아니면 푸른 버드.. 2022. 9. 23.
인묵 김형식의 시 '우리말, 그 뿌리를 찾아서' 우리말, 그 뿌리를 찾아서 인묵 김형식 "어이 마히시 올챙이가 헤엄쳐 다니고 있어요" 아버지가 우물가에서 어머님를 부르신다 "애마리요 벚꽃 지는것 좀 보셔요 봄이 벌써 지나가고 있어요" 어머니가 아버지께 답하신다 사투리 '어이 마히시'와 '애마리요'는 범어로 '여왕님 가까이 오소서' '왕이시요' 이다 생전에 아버지는 어머니를 부르실 때 "어이 마히시"라고 부르셨고 어머니는 아버지께 "애마리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남도 땅, 고흥의 농부였던 부모님께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투리라는 말은 범어로 '왕족 무사를 뜻하고 시간이 흘러 ' 그 왕족 무사들이 쓰는 말',즉 '왕족의 언어'라는 속뜻을 간직한 채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왕족의 언어가 가야를 기점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2천 년, 산스크리트어 범어(梵語.. 2022. 9. 22.
정재순의 수필 '고(孤)' 고(孤) / 정재순​ ​여인의 머리 위에 꽃숭어리가 눈부시다. 쇄골로 살포시 내린 꽃잎에 나비가 앉을 듯 말듯 망설인다. 그림 제목은 ‘고(孤)’다. 세상의 어떤 언어로도 모자랄 처연한 눈빛과 외로움을 애써 잊으려는 희미한 입가의 미소가 눈을 붙든다. 내 고독의 원형을 만난 것처럼 멍히 바라보고 서 있다.​ 어깨 위 나비와 머리의 화사한 꽃 빛깔이 묘한 느낌을 준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그녀의 눈망울은 한없이 외로워 보인다. 꽃을 한가득 올렸으나 그 뒤에 숨은 고독은 어찌할 수 없었나보다. 인생의 실패와 좌절로 겪은 아픔을 고유의 색채와 향기를 지닌 꽃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 천경자 화백의 그림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갔다. 신혼시절, 달력에 실린 그림이 마음속으로 쑥 들어와 액자에 담아두고 한참을 그 .. 2022. 9. 13.
오순택의 시 '남도사南道詞 55-귀향' 남도사南道詞 55 -귀향 오순택 돌아가야 하리라 전라도 고흥땅 살찐 흙을 발이 시도록 밟으며 나의 뼈도 영혼까지도 흙 속에 묻으러 돌아가야 하리라 검붉은 허벅다리 드러내고 누워 있는 논둑길 풀 포기도 일어서서 귀를 세우고 논배미 물고마다 이버지의 헛기침이 되살아 나는 곳 호박 심고 감자 캐고 텃밭을 일군 꿈에 부푸는 곳에서 사내를 자랑하며 참나무 보다 건강한 팔뚝을 자랑하며 잊었던 여인의 살내음도 밭아야지 쑥덕 같은 아낙네들 샘터에서 만나고 윗마을 송서방네 머슴과도 친하게 돌아가야 하리라 돌아가야 하리라. 2022. 8. 10.
오재동의 시 '그해 가을' 그해 가을 오재동 내 고향 갈재 넘어 月下 가는 길 서리 찬 왕머루 무리져 익어가고 구절~구절~ 구절초 피어난 가을 속으로 한 줄기 기러기 끼르륵끼르륵 하얗게 떠간다 가을빛 번져 잘 익은 강낭콩 머리에 이고 비단옷 날개로 하늘하늘 춤을 춘 고추잠자리 그새 잊을만한 세월이 지났는데도 또렷이 떠 오는 것은 보리피리 언덕에 피지 못한 사랑 하나 묻어두고 온 탓일까? 2022. 8. 10.
오재동의 시 '능가사(楞伽寺)에서 능가사楞伽寺에서 오재동 흰 구름 몇 굽이 능선을 감고 넘어온다 솔숲을 헤치고 골짝으로 불어온 바람은 대웅전을 기웃거리고 고요를 흔들어 깨우는 풍경소리는 단청이 시리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흐르는 촛불 앞에서 살아서 지은 죄 풀지 못하고 아스라이 너무나 멀리 있는 염원 꼭 감아쥔 두 손 모두우고 들릴 듯 말 득 향 묻는 음색으로 슬픔을 유언처럼 일궈 올린 여인의 기도 소리 너를 위해 천 번 죽어도 여한이 있으리오 바람이 지나고 새들이 지저귄다 전생에 살다 이생의 산자락 속에서 머물다 가고 싶다고 흘러간 세월 무거운 행장 저 멀리 산 아래 벗어놓고 그림자처럼 올라온 비구니의 포름한 눈동자 눈썹 가늘게 덮고 새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우리는 것은 지금껏 마음을 닫지 못하고 두고 온 슬픔 하나 남아 있는 탓일까.. 2022. 8. 10.
조동일시인의 시 '빛나는 조연' 빛나는 조연 -조동일 아침에 집을 나선다 정걸 장군을 찾아 고흥군 포두면 길두리 그의 흔적은 없었다 백성 위해 80 노구 일으켜 조언을 하고 지략을 펼치며 판옥선을 만들고 화살을 나르며 전공을 떨쳤던 장군 나라 위해 아들 손자까지 삼대(三代) 부자 혼절하였건만 그의 기억은 없었다 그가 태어난 생가터에는 교회가 세워져 있었다 바윗돌에 새겨진 성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이’ 장군은 역사의 간계에 빠져 조연으로도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내 마음에 영웅보다 빛나는 보석이었다 조동일 프로필 순천 매산중학교장 출신 2017년 봄호에 시 로 신인상으로 등단 순천문인협회와 순천팔마문학 회원 2022. 5. 24.
오재동시인의 시 '도공의 노래' 도공의 노래/ 오재동 천년 세월 도공의 손에서 흐르던 물레야 시르렁시르렁 자꼬만 돌고 돌아라. 하늘이 울고 땅이 길을 열던 날 산기슭에 그리메가 실실이 풀리면 쑥꾹새 울음소리 골골이 빠져들던 남도의 하늘 아래 석촌 운곡 사구실 마을은 울빗장을 죄다 풀어놓으니 독짓는 사람들 줄줄이 찾아들어 만공에 추를 달아 하늘 끝에 모두우고 땅속 깊숙이 바스락거리는 흙 물과 햇빛과 가슴으로 주물럭거려 천도 열량으로 불가마를 지펴내니 분청사기 백자 위로 돋아난 푸른 속말들 백합무늬 물결무늬 비취무늬 칠보무늬 오호라 이것은 가녀린 천 년의 꿈 한 잎의 꽃잎 모양 살포시 눈을 감으면 사르르 감아 돈 소리 없는 가락이 울고 묵묵히 앓고 떠는 도공의 숨결이 흐른다 고와라 고와라 하늘빛 보다 더 얇은 우리들의 사랑 갓구운 옹기 위.. 2022.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