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만리
최효림
유년시절 고무신 신고 학교 가던 등굣길 읍내 5일장 사탕 사러갔던 신작로, 머리에 서리가 내려 찾은 고향집, 성성한 어머니 허리는 할미꽃 활(弓)이 되었다. 마복산* 거북바위, 지붕바위, 투구바위, 학바위는 날지 앉고 그대로고 청죽(靑竹), 청송(靑松)은 성성 하구나. 먼지 폴폴 날리던 비포장길은 한길로 포장되어 검은 아스팔트길이 되었고, 어린 감나무는 나이테를 살찌워 주렁주렁 홍시(虹時) 달아 묵은 시간을 표기한다. 오래 만에 마주한 어머니는 새벽 상경할 아들의 모습을 더 보고자 잠든 아들의 모습을 쳐다보고, 솔부엉이는 어둠을 지배하며 밤의 침묵을 깬다. 밤은 시간의 경계를 다가올 시간보다 더
긴 삶의 여행을 소환하여 잠자는 아들의 키워온 멈추어진 빛바랜 소사(小事)을 늘어놓는다. 이슬 맞은 이야기는 가슴속으로 묻고 아들이 녹녹치 않은 삶에 안스럼과 감사의 글을 선물하고 나도 모르게 잠에 든다. 밤을 밀어내는 횟닭, 울음 소리에 화닥 깨어 보니 아침을 들어 올리는 닭의 울음 소리가 야속 하구나.
*마복산: 전라남도 고흥군 포두면에 위치한산 높이539미터 산(말이 업드려 있는 형상 의 산).
최효림 시인프로필
충북 충주출생
월간 한맥문학 신인상(등단)
문학고을 신인상(등단)
'고흥관련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진순의 '햇살의 무게' (0) | 2023.02.08 |
---|---|
신동옥의 시 '월악' (0) | 2023.02.06 |
고흥 분청사기를 소재로 한 동화 ‘바다를 담은 그릇’ 발간 (0) | 2023.01.12 |
김명숙의 시 '고흥' (0) | 2023.01.11 |
김명숙의 시 '고흥 유자차를 마시며' (1) | 2023.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