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섬의 뻐꾸기
- 소록도에서
오순택
뻐꾸기 한 마리
숲속에서 울고 있었다.
고운 햇살 온몸에 감고.
손을 내밀어
가만히 잡아주고 싶은
목이 긴 사람들이 사는 섬.
사슴섬.
미움도 없고 시새움도 없는
아! 이곳은
아픈 당신들의 천국이었구나.
어릴 때 함께 뛰놀던 친구들
모두 고향에 다 두고 보리피리 불며
서럽게 찾아온 땅
소록도여!
그는 죽어 뻐꾸기가 되었는가.
뻐꾹 뻐꾹 뻐꾹.
솔숲에 숨어
꽃잎에
붉은 울음을 토해 놓고 있었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사슴섬: 전남 고흥군 도양읍에 있는 섬으로 모양이 어린 사슴을 닮았다고 하여 소록(小鹿)도라고 한다. 나병에 걸린 한하운 시인의 시 '보리피리'가 새겨진 시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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