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서연정
발가락 떨어져 나가고
남은 발에 족쇄를 걸기 위해 흘러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전설처럼 살아 있는 섬에 든다
달아날 수 없는 슬픔이 있으랴
바람에 닿기만 해도 더미로 쏟아지는
마음일랑 붙잡아 가두고 말리라
다짐하면서
그들이 그랬듯
지고 온 개망초 추억을
녹동항 흐린 물빛 속에 막소주로 쏟아붓는다
쥐죽은 듯 고요한 섬 산다화 버는 소리
나무에 색을 입히는 햇살의 붓질 소리
들릴 듯하다
목놓아 우는 일도 커다란 사치라고
나를 사로잡는
바람의 거푸집
내 안에서 오히려 튼튼해진다
소록도엔 아무것도 두고 갈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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