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流配地)
박철석
육년 전 나는 친구 몇과 소록도에 갔었습니다 낮은 산 아래 한세상 살다 버려진 마을이 하나 있었습니다 죽음이 삶을 삿대질하고 있었습니다 사람과 짐승이 한세상 살다 버린 길도 있었습니다 개망초들이 버려진 길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퇴색한 십자가가 버려진 마을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예수의 핏자욱이 이천 년을 버려진 마을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낮은 산이 어두워지고 갯바람이 안개를 몰고 길을 지우고 있었습니다 섬은 내 발목을 붙들었습니다 버려진 마을이 내 발목을 붙들었습니다 도양으로 건너는 도선장에서 젊은 여인 하나 섬을 빠져 나오지 못해 울고 있었습니다 온통 섬은 세상 밖에서 안개를 붙들고 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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