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경비 아저씨
목필균
여기는 나 같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소록도 입구에 서 있는 경비아저씨는
열 손가락이 없다
일그러진 얼굴과
표정 없는 목소리만으로도
함부로 외부 차를 들이지 않는
삼엄한 경비가 된다
바라보기만 해도
금방 손가락 하나 떨어져 나갈 것 같고,
말 한마디 건네도
뒤틀릴 것 같은 내 입술
저 뭉그러진 손 덥석 잡아도
괜찮다는 것
당신은 어떻게 살아왔냐고
밤새 이야기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
알면서도 자꾸 피해지는 눈길
섬뜩한 빛살에 가슴 베이며
인정 한 점이 뚝 떨어져 나간다
선혈이 낭자한 부끄러움
그는 몸으로 나병을 앓았고
나는 마음으로 나병을 앓고 있나 보다
'고흥관련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범영의 시 '땅멀미' (0) | 2013.03.13 |
---|---|
정군수의 시 '옻나무' (0) | 2013.03.13 |
박철석의 시 '유배지(流配地)' (0) | 2013.03.13 |
이생진의 시 '소록도 등대' (0) | 2013.03.13 |
서연정의 시 '소록도' (0) | 2013.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