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나무
정군수
그 섬에는 옻나무가 살고 있었다
나는 그 섬에 가서
처음으로 옻나무를 보았을 때
내 몸에 독기가 서릴까 두려워서
멀리 돌아서 갔지만
옻나무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한밤
나를 위하여 몸 속에서
검은 눈물을 키워내고 있었다
섬을 떠나오는 날 옻나무는
그 상처에서 뚝뚝 듣는 눈물을 뜯어다
내 가슴에다 옻칠을 했다
바르고 또 바르고
검은 눈물은 먹빛이 되어
내 눈을 어둡게 했지만
먹빛이 생명이 되는 어느 날
내 몸에서도 검은 눈물이 자라고 있었다
그 섬의 바닷물처럼 세월이 넘나들고
몸 속에서 자란 검은 눈물은
옻나무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천년을 썩지 않는 옻칠로 남아
세상을 훤히 비추고 있었다
지금도 소록도에는
검은 눈물을 키워내는 옻나무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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