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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관련문학

최범영의 시 '땅멀미'

by 고흥을 찾아서 2013. 3. 13.

 

 

땅 멀미

 

최범영

고흥 외나로도에서 떠난 배는
놀이 일렁이는 남해 바다 한가운데
출렁이는 뱃머리에서
거문도 손죽도
초도 평도 광도
섬에 폴짝 뛰어올라
뭔 바윈가 보고 돌 하나 거두어
놀에 맞춰 목숨을
배 위로 던지고 또 던지고
그러고 나서 뭍에 오니
땅은 파도인양 울렁울렁
그러다 정신은 아득하고
속은 토할 듯 미식거렸다

그것은 땅 멀미였다

뒤도 안 보고 가는 사람들
교육 때문에, 취직걱정에 외국으로 간단다
뭍사람들이 온갖 시련의 배를 타고
이 땅에 살려 몸부림치다 덮쳐오는 땅 멀미에
그냥 난파하여 새로운 땅으로 가는 모냥이다

덩치 큰 나라들이 밀어부치는 파도
모리배 정치꾼들의 노젓기에
제대로 돌아가는 것 없고
수요자 중심 사회의 돛대 깃발에
과학이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이 되어야 하니
트르비와 신문에서 쏟아내는
생선 상자를 볼 때마다
속이 매슥거리고 어찌 살까 아찔

땅 멀미가 난다
지겹도록 땅 멀미가 난다

(2003/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