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에서
- 조경선
나 언젠가
고흥 바닷가 우도가 잘 보이는 곳에 집을 짓고
그 동안 읽어온 시집을 천장까지 쌓아올려 계단을 만들겠어
해가 뜨면 한풀 부드러워진 카푸치노를 만들고
주름진 유리병 편지를 읽을거야
질퍽한 뻘밭에서 발목이 저린 왜가리들도 쉬어갈 수 있도록
섬으로 걸어 들어가는 시간에는 대나무마다 리본을 달고
저무는 서녘 하늘에 책갈피를 끼우고
뭉클뭉클 흘러가는 해국을 바라보고
손으로 가만히 뻘흙을 만지며
내 인생은 내가 살짝 접어 두었던 시집의 부피
쾌쾌한 냄새나는 세상을 뒤적거리며
수수한 남자의 손을 잡고
우도 갈대숲이 보이는 북카페에서 낡고 또 낡아가겠어
조경선 시인
1972년 서울 출생
2001년 제10회 전태일문학상 시부문 수상
현재 고흥고교 교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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