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며
- 송종찬
한여름 제자 앞에서
빤스 바람에 스스럼없이 담배를 무는
스승의 시론은 曲卽全이다
우주의 고향 고흥반도에 와서
불어오는 갯바람에
막무가내로 떠 있는 별을 본다
별 촘촘히 박혀 있는 하늘의 길은
곡선인가 직선인가
살아간다는 건
변산반도의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아니고
김제평야의 바둑판 같은 면도 아닌데
강을 향해 돌을 던지듯
먼 마음에 점 하나를 찍어놓고
징검다리를 건너가듯
내 사랑하는 여인들을 이어보아도
선이 되지 않는다
내 지나왔던 길들을 이어보아도
면이 되지 않는다
별들 사이로 보이는 길 없는 길
내 사랑도 먼 우주를 돌고 돌아
대숲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인가?
<출처> 송종찬, 쿨투라, 2009년 봄호(통권13호)
*
선도, 면도 되지 못하는 것인데 시인은 어찌 대숲처럼 흔들리는
사랑을 보았을까?
육조 혜능의 풍번(風幡) 일화가 떠올랐다.
내 사랑하는 여인들을 이어보아도
선이 되지 않는다
내 지나왔던 길들을 이어보아도
면이 되지 않는다
바람이 움직이는가
깃발이 움직이는가
사랑도 저와 같지 않을까? 비풍비번(非風非幡)의 사랑. 바람도,
깃발도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은 다만 그대의 마음.
송종찬시인
1966년 전남 고흥출생으로 고려대노문학과를 졸업했고
1993년 시문학에 시 '내가 사랑한 겨울나무' 를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그리운 막차,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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