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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관련문학

한승원의 중편 소설 “해변의 길손”을 읽고

by 고흥을 찾아서 2010. 8. 11.

한승원의 중편 소설 “해변의 길손”을 읽고

 

 서영복  

 

내가 속해 있는 문학회의 스터디 일정계획에 따라 지난주에 시립도서관에서 한승원의 “해변의 길손”을 만나게 되었다. 다음주 토요일에는 어떤일이 있어도 이 작품의 감상평을 발표해야할 의무감에서 쫓기듯 책을 읽어나갔다. 작가 및 작품론을 위주로 감상평을 써야한다는 부담 때문인지 좀처럼 작품속에 빠져들지 못하였다. 더구나 어수선하게 벌여놓은 다른 일 몇가지 때문에 단번에 읽지 못하고 접어두었다가 띄엄띄엄 읽어보니 작가의 생각은 고사하고 소설에 나오는 인물조차 파악되지 못하였다. 오늘은 아예 휴대폰조차 꺼놓고 처음부터 단숨에 읽어내었다.


이상 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1987년 작이며 작품의 폭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특이한 성과를 이룩한다. 이것은 두 가지 모티브의 채용에 의해서 가능해졌다. 첫째는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의 비애라는 모티브이며, 둘째는 같은 시대를 살며 고난을 헤쳐온 사람끼리의 우정이라는 모티브이다. 이 두가지 모티브는 모두 인간의 원초적인 심성속에 뿌리를 두고 있는것으로서, 보편적인 호소력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것이라 할만하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참으로 탁월한 작가적 역량으로 그 잠재적 가능성을 현실화했다. 그리고 그 두가지 모티브를 한승원의 문학 전반의 기본적 요소들, 즉 야성적인 자연이 강렬한 모습으로 부각되어 있다는 것, 역사의 폭력(6.25와 광주항쟁)이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무자비하게 괴롭히는가를 보여준다는 것, 한의 정서가 지배적인 분위기로 나타난다는 것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지금까지 보다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었다. 해변의 길손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데 성공한 비결은 여기에 있다.  




등단이래 지금까지 바로 이러한 요소들을 일관되게 자기 작품세계의 핵심으로 삼아옴으로서 한국의 현대소설사에서 그 누구와도 겹치지 않은 자기만의 개성을 확보한 작가라는 사실이다.


한승원은 “나는 살아있는 한 소설을 쓸 것이고 소설을 쓰는 한 살아 있을 것이라”고 자기 존재이유에 대하여 말한바 있다.


죽음아

내 너한테 가마

세상을 걷다가 떨어진 신발

이젠 아주 벗어 던지고

맨발로 맨발로

너한테 가마

--김형영의 ‘나그네’


소설의 주인공 황두표씨는 젊었을 때 부터 억살대라는 별명을 가졌다. 그 억살대 라는 게 바로 ‘으악새’ ‘억새’라는 다년생풀에서 나온 말이다. 그 풀은 옛날 어느 양반 집의 예쁜 딸을 짝사랑 하다가 죽은 한 무당아들의 넋이 된풀이라는 전설을 갖고있기에 ‘짝사랑’을 상징해 주는 풀이다.


또한 황두표씨의 유일한 친구인 절뚝발이 김광진씨는 술에 곯고 여자에 곯고 심술과 부아에 곯고 곯은 황두표 못지 않게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다.


황두표의 동생 두헌이는 장남인 두표에 비해 좀 똑똑하다는 이유로 다섯 살때부터 서당에서 공부하는 특권을 누린다. 그래서 장남인 황두표는 부모에게 늘 불만을 가진다.


20살에 장가들고 아들 셋을 두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대동아전쟁)을 겪고 나서 어려운 시대에 살지만  동네에서는 구장일을 보고 부모를 도와 농사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자기것이라곤 쌀 한톨도 없는게 늘 불만이다.  


그런데도  그의 부모는 모든청년들이 병대에 나가라고 하니 피해서 고향집으로 도망온 동생 두헌이를 숨겨주지않고 오히려 팔아넘겼다며 황두표를 아들이라고 쳐주지않는다. 동생 팔아 넘긴놈이 일본놈들밑에서 구장질이 뭐냐며 늘 야단을 쳤다.

 

여동생 두순이 와 막내두철이에게도 두헌이만큼은 대우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6.25전쟁을 만나 어려운 갖가지의 일을 겪어가지만 김광진의 도움으로 제주도로 피하게 된다.



황두표씨는 인천상륙때 경찰들과 전남 고흥반도 고향마을로 다시 돌아와 부모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되지만 달라진거라곤 아무것도 없다.


 황 두표 큰아들은 학비가 모자라 자원하여 군에 갔으나  월남에서 전사 통지가 날아온다. 부모가 모든 재산을 가지고 손자의 학비조차 내놓지 않아 아들을 잃게 되었다며 황두표는 부모에 대한 적대감이 훨씬 커진상황에서 어느날 아침 아내마저 물에 빠져 자살하게 된다.


 둘째아들도 형이 그렇게 되고 어머니 마져 돌아가시니 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하게된다. 그리곤 광주에서 이발사, 로 취직돼 그런대로 자기일을 꾸려 나가는듯 하지만 광주항쟁때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이런 와중에  황두표의 광란기어린 행동을 밤마다 지켜보던 아버지가 뒷산에서 목을 매었다. 그후로 어머니 마저 가출하고 할머니를  찾으러 고모의 집에 갔다가 허사로 돌아온 황두표의 막내아들마저 이런 집안꼴이 싫다며 가출하고 만다.


 그 얼마후에 가출하였던 어머니는 죽은채 발견된다.


 괴롭고 힘든 생활을 혼자서 이겨내지 못할즈음 막내가 이발사여자 를 데리고 들어와 살림을 시작한다.


황두표의 부모는 생전에 막내손자에게 유언을 해두었다.행방불명이된 동생 두헌이가 살아있지 않으면 막내 성민이 에게 두헌이 몫으로 사준 논을 성민이에게 주고 두헌이 제사를 지내주고 성민이 아들 둘을 낳으면 그중 하나를 두헌이 밑에 채워주라고 .



황두표는 돌아가신 부모마저 원망한다. 내 가슴에다 쇠말뚝을 박다니...

나는 가슴이 터져서 죽고 못 살겄소

땅 바닥을 치던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친다

부모 무덤주변의 억새풀들이 쇳소리를 내면서 울부짖어 댔다



참으로 한스런 세상을 사는 인생이 여기에 있다.

어디 황두표뿐이겠는가



<2003년 6월>

 

  실 명 : 서영복
필 명 : 예향
한 자 : 서영복
생년월일 : 1950-2-12
출 생 지 : 전북 군산시
등단작품 :『기억속의 거울』(전주일보 신춘문예,2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