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병 기념비
장이지
슬픈 꿈을 꾸었다.
빈 콜라병이 욕조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콜라병은 파리한 빛을 발하는
심해어처럼
푸른 숨을 내쉬며
어질병의 해저로 헤엄쳐갔다.
이런 생각을 했다.
빈 콜라병이 헤엄쳐 간 곳은
두 번 다시는
가서 닿을 수 없는,
시간이 까맣게 질식한
두려운 처소라고.
많은 날이 지나고…….
빈 콜라병이 욕조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욕조 가득 빈 콜라병들이 잠겨 있었다.
한 이별을 기리려고
밤의 한없이 투명한 숨이
빈 병 안에 짙어가고 있었다.
간밤엔 슬픔 꿈을 꾸었다.
여태껏 마셔온 콜라보다도 더 많은 눈물이
방 한가운데
축축한 그림자로
주저앉아서는,
왈칵 울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 시와사상 (2006년 겨울호)
장이지
1976년 전남 고흥 출생.
200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성균관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시집 『안국동울음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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