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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관련문학

장이지의 콜라병 기념비

by 고흥을 찾아서 2010. 7. 18.

콜라병 기념비

장이지


슬픈 꿈을 꾸었다.

빈 콜라병이 욕조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콜라병은 파리한 빛을 발하는
심해어처럼
푸른 숨을 내쉬며
어질병의 해저로 헤엄쳐갔다.

이런 생각을 했다.

빈 콜라병이 헤엄쳐 간 곳은
두 번 다시는
가서 닿을 수 없는,
시간이 까맣게 질식한
두려운 처소라고.

많은 날이 지나고…….

빈 콜라병이 욕조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욕조 가득 빈 콜라병들이 잠겨 있었다.
한 이별을 기리려고
밤의 한없이 투명한 숨이
빈 병 안에 짙어가고 있었다.

간밤엔 슬픔 꿈을 꾸었다.

여태껏 마셔온 콜라보다도 더 많은 눈물이
방 한가운데
축축한 그림자로
주저앉아서는,

왈칵 울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 시와사상 (2006년 겨울호)

 

장이지

1976년 전남 고흥 출생.

200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성균관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시집 『안국동울음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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