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서
민 영
서럽게 살다가 외롭게 죽은
한 남자의 옆모습을 보고 왔다.
사람 축에도 짐승 축에도 끼지 못해
만신창이 된 병든 몸을 이끌고
숨막히는 전라도 황톳길을 걸어서
이곳까지 흘러온 천형의 시인.
육지와 섬 사이의 바다가
배꼽 밑으로 흘러내린
청ㅂ바지처럼 누워 있는 소록도.
성한 목숨이라곤 없는 유배의 땅에서
자살조차 할 수 없었던 그 사내가
남은 발가락 다 떨어질 때까지
찾아서 헤맨 꽃 청산.
바윗돌에 새겨진 시 한 수를 읽으며
문득 ‘보리피리’ 소리를 들었다.
【原註】
소록도는 작은 사슴이 모여 사는 섬이란 뜻. 그 섬 중앙에 천형(天刑)의 시인 한하운(韓何雲)의 시비가 있다.
* 2007년 10월호 《월간문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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