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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관련문학

박성준의 시 '섬뜰에서'

by 고흥을 찾아서 2015. 6. 13.

 

섬뜰에서

 

시/ 박성준

 

차마 아픔을 다 말할 수가 없다.

슬픈 울음을 간직한 채로

네가 내 곁에 왔을 때

청정함으로 날 깨우고 반기는 거금도의 섬뜰을 찾아

모래밭에 몸을 뉘이고

해변을 팔베게 삼아 난 너를 그리곤 했다.

 

별로 총총한 밤하늘 저편

영롱함이 된

맑고도 고왔던 이름이 오고

클로우즙되어 오는 유성같은 선명한 빗살로

넌 내안에 화석이 되었음 햇다.

 

퇴비 무덤가에 단내가 익던

하여 구수한 희망을 꿈꾸시던 아버지의 인생같은

진실을 잇지 못했고

산골짝 맑은 물들 흘러 실개천을 이루는

난 그 길도 가지 못했다.

 

자연 속 연못이 내 풀장 되어주던

섬의

그 순박한 이름들

꿈에도 그리운 그 옛이야길 손놓고 말았다.

 

기억속에 팔딱이는 숭어떼들, 문저리, 포드락지!

무인도에 닻 내리고

친구들과 톳, 미역, 다시마를 뜯던 날

늦은 저녁, 라면의 절묘한 맛을 꿀맛으로 담아내던 소녀들이랑

섬의 밤길을 오르내리던

나의 숨은 그때, 그 이야기를 더 가꾸지 못했다.

 

감추어 둔 안엣 말을 붉은 노을로 피어나

아름답던 시절

지금 생각하니, 찡한 설레임에 코끝만 매워진다.

이젠 말할 때가 되었다.

그리움 한움쿰 별에 띄우는

선하고 맑은 내 사랑을 말할 때가 되었다.

 

곧 노래가 될 내 사랑을 말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