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도 단상
- 박성준
토방 마루위 맷돌엔 메밀이 분으로 곱고
두루마기 저고리 동정에 달군 인두가 노닐며 주름살을 펴던 날쯤에
오순도순 열매로 익던 정들
그 섬, 내 고향은 옛얘기 만개하여 참 따뜻하였네.
담을 넘던 그릇엔 부한 나눔이 피고
오가는 인사 속엔 자연의 바람이 흐르고 있었다네.
품앗이가 오가던 들녘에서
거시기는 뼈가 있다 없다로 배꼽을 잡게 하던 김씨 아저씨
새댁들은 민망하고 부끄러워 낯이 붉던 날
어린 나도 뭔 말인지 알아
그 은밀한 이름으로 괜히 얼굴만 붉혔다네.
굴뚝에 피어오르던 연기
골안에 평화인양 자리를 펴고 난 저녁이면
와상 앞에는 모닥불이 피어 오르고
주저리주저리 어른들의 이야기가 다붓했던
그 밤은 참 풋풋하였네.
은하수가 흐르던 하늘, 그 하늘의 밀밀한 별빛이 쏟아져 내려
대지에 가득하였던
나는 그 맑고 고운 날들을 잊을 수가 없다네.
그 섬을 잊을 수가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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