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동에 가고 싶다, 시칠리에도 가고 싶다
- 김 목
밤송이는 토실하지만
채송화 씨는 참 작지요
크건 작건 씨앗은 새 생명이지요.
씨앗은 조심스레 심어서
물주고 햇볕주고 정성을 들여야 해요
배냇저고리 속에서 꼼지락 거리는 아기 손가락
부서질까 살그머니 입술로 어루만져 보셨지요?
바람도 주고 사랑도 더 주어야지요.
화분 들어 봄 햇살바지로 옮겨주고
장독대 열어 늦가을 햇살 입 맞추게 하듯
여느 세상일이라 쉬운 사랑이 어디 있겠어요?
이 세상 영원한 것도 어디 있겠어요?
그렇다고 사랑이 솜털같이 가볍거나
쇠처럼 무겁지도 않겠지요.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을지라도 슬퍼하지 말아요
뭉게구름으로 뭉실뭉실 솟아나는 게 사랑이래요
온 세상 가득 포근하게 마음 깔아놓고
살포시 밟아 가시라 기도 하세요
걸음마다 꽃이 피고 노래가 흐를 거니까요.
메마른 땅을 뚫고 쏘옥 돋아나는 새움처럼
태어남은 행운이고 누구나 죽음 앞에 평등하리니
생애에 단 한 번 그대 이름을 생각만 해도 감미롭고 향기로우며
그대 숨소리에 숨이 멎고 시간도 멎고 공간도 멈춘다면
누구든 사랑의 마법에 걸렸거니 하세요.
남쪽바다 녹동에 가고 싶지요
보리피리 소리 철썩이는 바다
이탈리아 남쪽바다 시칠리에도 가고 싶지요
그 뜨거운 바다에.
김목(1951~2008)
전남 함평(광주)
1974 소년중앙문학상(동시)
1975 소년중앙문학상(동화‘강나루 할아버지’)
1979 날개 달린 장사(아동문예)
1980 동화/소설집 미리안(교학사)
1984 아기풀꽃(아동문예사)
1985 나는 가방(금성출판사)
1985 만쇠씨의 자전거(겸지사)
1986 장편동화<은하1호의 비밀(한국서적공사)
1991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산하)
장편동화<의협 홍길동>
1974 전남일보신춘문예(시)
1978 제1회 한국동시동화문학상(동화‘날개 달린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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