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도 풍경의 깊이
李順姬
때 묻지 않는 낯빛의
굽이굽이 아름다운 나로도 바다 곁에 와서
바람에 실려 온 파도 한 이랑 안았을까.
갈매기 나래에 잠깐 머무는 나로도에 와서 봉래산 산자락 그윽한 침묵과 신금해수욕장 아름드리 해송은 살랑대며 푸르르고 파란 등지느러미 세워 삼치가 유영하는 곳 조구나루터란 이름표가 물결치고 곡두녀 탕건여가 먼 수평선 사이에서 빼어난 수묵화를 그리고, 초승달 모양의 염포해수욕장 검은빛 자잘한 갯돌과 파도가 빚은 천상의 화음 속을 걷는 곰솔밭 아래 갯바람은 파도소리 맞춰 소금꽃 일구었어요. 흰 구름은 하얀 노을이 된 언덕까지 피어나고 정겨운 고깃배가 돛을 올려 띄울 즈음, 그 옛날 전설처럼 정박했던 시인의 이름도 기하학적 무늬로 파상되는 파도의 모습을 부둣가에 세운 그 큰 돌 시비*와 함께 겨울 짠바람을 견디고 서 있는 나로도 부두는 나로호 만큼이나 저녁노을에 눈부셨어요.
그 나로도 부두에서 바라본 트라이앵글처럼 쉼 없이 흐르는 애도와 사양도 사이의 수락도가 닫혔던 나를, 한 폭의 유화처럼 안아주는 바다의 기억들, 이제야 바다는 제 마음을 비워 자연스레 흐르는 법을 일러주었어요.
수심가를 온 몸으로 녹여
깊이, 바다의 믿음을 껴안은 때문이리라
옹이의 물보라까지 비운 흔적은 고요하다
오늘도 나로도 풍경의 함성은 속 깊게 파닥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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