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흥관련문학

장이지의 피안(彼岸)일기

by 고흥을 찾아서 2010. 10. 8.

피안(彼岸)일기

                - 장이지

   그리고

  수평선이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범고래들이 누워 잠자는

  하얀 모래밭이 있었다.

  발 없는 슬픔들이

  서서히 녹아

  종국엔 하나의 얼룩으로 남으리라.

  (이런 일들은 어느 모로나

  풍경을 기우뚱하게 만든다.)


  하늘에 눈시울이 붉은 구름.

  구름도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모래밭 위의 작은 돌.

  표면이 우툴두툴한 작은 돌의 속에서

  집게발이 붉은 게가

  유령처럼 

  빠져 나왔다.


  하늘이 깊어지자

  별이 해저로부터 떠올랐다.

  뼈로 된 귀를 내밀고 패각(貝殼) 소리 들었다.


  너무 멀리 와버린 건가.

  수평선이 잡아먹어버린 건가.

  내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파도의 허밍이 서정적이라고 느낄 때.

 

- 웹진 『시인광장』 2008년 여름호 발표

 

 

장이지 시인

  1976년 전남 고흥에서 출생하여 성균관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0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안국동 울음 상점』(랜덤하우스, 2007)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