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실루엣3 김명숙의 시 '고흥' 고흥 김명숙 오십에 들어 고향에 드니 나고 자란 집은 간곳 없고 눈 가는 데로 돌아보니 곳곳이 폐가라 고향에 들어 잠시 나를 놓고 싶은데 받아줄 곳 아무 데도 없네 골목골목 발목에 감기던 풀 향기 이웃했던 희자 언니네 돌담 안으로 능구렁이 굼실굼실 기어 들어가던 그때 잠잠하던 기억들이 실꾸리 풀리듯 고물고물 속수무책 풀려 나오는데 그래도 그렇지 반기는 것 하나쯤은 있어야 고향이지 "아따! 이 썩을 잡것, 뭐 땀시 왔당가." 하며 반기는 남도의 질펀한 욕지거리라도 한바탕 듣고 싶은 날 어쩌끄나 한낮을 지나 어둑어둑 땅거미는 지는데 - 두 번째 시집『내 마음의 실루엣』 수록작품 김명숙 시인/가곡, 동요 작사가 출생 : 전남 고흥 등단 : 제1회 한국아동문학회 신인문학상 당선 : 2008년 국립국악원 생활음악.. 2023. 1. 11. 김명숙의 시 '고흥 유자차를 마시며' 고흥 유자차를 마시며 김명숙 가을이면, 고향 마을의 담장 위가 노란 물결로 이어지던 때가 있었다 집집마다 유자향기가 담을 넘어가면 '그 집은 좋겠네. 큰아들 대학 학자금이 저리 성글게 열렸으 니...... '저 집은 좋겠네. 큰딸 혼수비가 마련됐으니………’ 오고가는 덕담도 덩달아 노오랗게 익어갔다 유자나무 한그루면 아들 대학교 학력이 기록되고, 딸이 호적에서 빠져나갔다 유자차 한잔 앞에 두고 고향을 떠올리니 노오란 유자가 먼저 데구르르 굴러오고 내 유년을 키운 유자향이 코끝에 스며온다 푸른 유자 이파리 사이로 젊은 어머니가 걸어 나오신다 뒤이어 스물이 갓 넘은 앳된 언니가 총총 걸어 나온다 나는 지금 막 도착했다 - 두 번째 시집『내 마음의 실루엣』 수록작품 김명숙 시인/가곡, 동요 작사가 출생 : 전남.. 2023. 1. 11. 김명숙의 시 '고흥사람' 고흥 사람 김명숙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 고속터미널 서울-녹동행 버스를 탄다 귀에 익은 낯설지 않는 전라도사투리 내가 앉은 자리가 고흥이다 눈을 감고 들어보면 더 정겹다 가물가물 잊혀간 저 소리여 비켜주지 않으면 절대로 고흥을 오가지 못하는 벌교를 지나면 이제 곧 고흥이라는 이정표 고향 산천과 오마리 바다가 잰걸음으로 달음질쳐 온다 - 두 번째 시집『내 마음의 실루엣』 수록작품 김명숙 시인/가곡, 동요 작사가 출생 : 전남 고흥 등단 : 제1회 한국아동문학회 신인문학상 당선 : 2008년 국립국악원 생활음악「화전놀이」 등재 : 2011년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천재교육) 「새싹」 동요 4·19혁명 기념식 행사곡 「그날」 작사 현충일 추념식 추모곡「영웅의 노래」 작시 작품 : 가곡「달에 잠들다」외 45곡.. 2023. 1.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