懷鄕辭회향사
김용휴
― ,
고흥반도 녹동 항에 이르면
두 팔 벌려 덥석 안아주는 적대, 용두봉
쪽빛 물 호수 같은
내 고향 금산
바람이 船首선수를 돌려주는 게 아니라
물굽이가 선수를 철썩이는
내 고향 가는 뱃길
그 누가 인생을 나그네라 했던가
내 고향 여긴데
뉘 歸巢귀소라 했던가
사상과 깃발이 나부끼는
사연이
애환이
못 박히듯 변치 않는
금이 산다는 거금도
금빛 비단 산이라는 錦山금산
船首선수에 거세게 받쳐오는 물결도
낭만과 향수로 점벙거려주고
사랑으로 비쳐주는 곳
― ,
부셔지는 선수의 물결소리가
‘너는 무얼 했느냐’
스치는 바람소리가
사상이 있으면 깃발로 나부껴보라 한다
이상이 있다면 잔잔한 물위에 비춰보라
적대봉과 용두봉은
‘너는 어떻게 살았느냐’한다
나는 나그네인가
사상은 있던가
이상이 있다면 몇자 몇치 몇푼이던가
사고의 결구는 어떻게 맺을 것인가
덧없는 백발만 눈을 가린다
눈은 성성 한가
성성하다면 올바로 보았는가
흐트러짐은 없었는가
다그치듯
선수를 치고 친다
말하지 않아도
말하는 것 보다 더 무서운 길
조상님들께 무어라 고할 것인가
어른들께 氣기는 어떻게 돋아 드릴까
후인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아 ~
덧없는 세월만 사루었다 하겠는가
녹동과 소록도와 금산의 연육 교각이
노루 치는 막대처럼 섰구나
어린 나의 꿈을 비상시켜주었던
등등한 적대봉과 용두봉
비봉하려는 봉황산
어김없이
갯바람도 향그럽다
넘실거리는 파도마저 정겨운
내 고향 가는 길
바다는 뱃길이 아니라
이제는
錦鶴금학의 心路심로이다.
시인소개
김용휴 시인은 고흥출신으로 1975년 언론사에 입사에 80년 5·18민주화운동을 겪었고, 83년 언론 통폐합의 여파로 해직한 언론인이다.
그는 1983년 도서출판 규장각을 설립해 월간 어린이문학세계 통권 17호를 발행했고, 무크지 ‘민족과 지역’을 발행하는 등 출판, 문학인, 향토사학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5년 한맥문학에 ‘백제인’ 등 4편의 시로 등단했으며, 4·19혁명 호남역사편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최근 그의 시 77편을 한데모아 ‘남광주에 나는 가리’라는 첫시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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