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산도(詩山島)/고흥
나천수
전라도 다도해는
하늘 높은데서 내려본다면
마치 남해 바다 화선지 위에
푸른 물감 듬뿍 칠해 놓고
그 위에 보석을 뿌려 놓은 작품처럼
2천여 개의 섬들이 반짝거리고 있다.
그 중에는
詩처럼 아름다운 섬이 있으니
이름하여 詩山島
고흥 녹동에서 배를 타고
소록도 작은 사슴 섬 지나
거금도 큰 금덩이 섬을 돌아
남쪽으로 4km 더가면
詩가 산처럼 쌓여
남해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작은 섬에 도착한다.
이 섬은 가없는 남해바다 위에
작은 점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긴다.
3.6㎢ 땅에 인구는 200여명
도시의 아파트 한 동만도 못한
소꿉장난 같은 세상살이가
육지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체
섬사람들끼리 삶의 억센 그물 짜면서
비늘을 냄새를 피우며 살고 있다.
섬 가운데에 큰 돛을 달면
섬은 마치 고기 잡는 돛단배가 되고
그물을 드리워 건져내는 것은
비늘이 반짝이는 꿈
섬사람들은 비늘을 키운다
어부에게 돋아난 비늘이
문학적으로는 낭만이고 예술이지만
비늘이 벗겨지는 아픔을 느끼는 섬사람에게는
섬은 꿈이 아닌 현실인 것을
섬과 섬사람들이 풍화되어도
그물이 있는 한은
어부의 가슴에는 비늘이 다시 돋아난다
푸른 화선지 위에 점 같은 시산도 풍광은
詩요, 그림이요, 조각이라
보이는 곳 모두가 八景으로 꼽는데
그 중에도 겨울풍경 진품이라
겨울 바다목장에서 김(海苔)을 길러
1년 소득 300억 원이라니
육지 사람들아
시산도 사람 얏 보지 마라
가자, 시산도로
억만년 쉬지 않고 섬에 가려는
거친 파도며 갯바람도
해안 바위 낭떠러지를 깎고 풍화시켜
자연의 걸작품 시를 쓰고 있었으니
해식(海蝕)절벽 사이로 연출하는 일출, 낙조
천연암자 석불 사이로 들리는 범종 소리
기암괴석 구름다리에 걸린 달
보아라, 시산도가 바로 詩文인것을
시산도에 가면 모두가 시인이 된다
깊숙이 묻힌 詩心이 꿈틀거린다
가보자, 시산도로
시산도와 시산도 섬사람이 詩語이니
詩를 줍자구나
2003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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