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사슴
-소록도를 가다
김남수
꽃사슴이 바다로 갔습니다 남해 끝자락 한 칸 얻어 등짐을 풀자 오뉴월 땡볕이 절뚝거리는 발가락을 끌고 차례로 도착했습니다. 제 몸 한 칸 열어준 바다, 물 위에 뿌리내린 어린 사슴, 녹동항이 수시로 안부를 여닫는 소록도에는 새벽이 닭 울음보다 먼저 다녀갔습니다
열일곱에 여그로 와찌라 수건으로 얼굴 푹 싸매구 헤어질 때 울어매 눈이 뚱뚱 부서 올랐째 봉숭아 꼰물 들여본게 운제여땅가 어끄저께 꿈속에서 만난 사람 보고자픈 그 사람은 시방도 스무 살이데 얼매나 흘렀능가 한 번만 손꼬바보고 시픈디...
중앙공원 보리피리 시비를 쓰다듬는 뭉툭한 손 평생 섬에 갇혀 산 사슴 눈가에 그렁그렁 차오르는 노을,
건너편 물을 바라보다 모가지가 길어진 열일곱 살이 해풍에 하얗게 쇠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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