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를 땅에다 묻고
김동현
늦가을 추위가 가슴에 비수처럼 아리면,
굵은 장작불이 얼키설키 서고
멍석이 펼치고 포장이 둘린다.
밤이 여위도록 한쪽에서 섰다판이 벌어지고,
내기 윷놀이판이 놀리면,
오양간 소란 놈은 잠을 못 이루고 간간이 울음을 울어댄다.
아기와 나와 내 아내는
불티를 뒤지고 서서
할매의 마지막 밤을 무심히 지키고 선다.
한무니 간다아 잡아라, 이 놈둘아
한무니, 한무니이-
손주들이 울어 눈물 바다를 이루었는데
어이가리, 할매요
가실 한 논벌에는 바람도 정처를 잃어 휑덩그렁.
상여는 몇 번이고 제자리에서 맴을 돈다.
이거, 노자해 가시오
내 자식 새끼들을 어찌 두고 떠날거나
나뭇가지를 한사코 붙드는데,
상여꽃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서야
늘 건너던 다리를 넘는다.
어이가리, 할매요.
걱정없는 증손주는 상여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고
코스모스를 꺾는다, 강아지풀을 꺾는다
천진히도 즐겁고
생석회 한 줌씩과 석관짝 한 판씩을
짊어지고 오르면,
며느라들아, 내 네들을 어찌 두고 떠갈거나
너무도 쉽게 봉분이 서고 떼가 오르는데
꽃상여가 한 줌 재로 날리면,
그렇게 할매는 차가운 땅으로 돌아갔소.
할매요, 이 겨울이 춥지 않을라요?
아들딸, 손주, 며느라가 수십 명이 늘어서도
외할매 고향은 전라도,
고흥반도 그 남단 한의 땅.
그 땅에 할매는
작은 족제비처럼 뻣뻣한게 누웠어라
<'작은문학' 2001. 봄. 도서출판 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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