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송상욱
밤의 이면지 쪽에서
하늘이 새 나가는 소리 난다
어둠을 비워낸 어둠이
육신을 벗겨낸 두께만큼이나
보타진
환부를 숨겨
산山 밖의, 짐승이 앓다 간
자리에
달이 뜨고 지는, 눈을 가려
벼랑 어디쯤
새들이 죽어서 우는
소리를 짜낸 틈새로
귀를 연다
<詩選 / 해설>
우리의 눈과 귀를 가만히 닫고, 오직 의식의 눈과 귀로서만, 이 시속으로 들어가 체험 해보자. 밤 저편으로 하늘이 새어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어둠이 어둠을 벗겨내는 풍경이 있다. 또한 수묵담채화처럼, 농도가 점점 묽어지면서"새들이 죽어서 우는/소리를 짜낸 틈새로/ 귀를 연다"고 한다. 이 지상에서 볼 수 없는 감각적 지층 속으로 독자를 이끌어간다.
보이는 이 세계 뒷면에 보이지 않은 거대한 무의식의 지층을 따라, 저 신묘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만끽하게 한다. 오늘날 즉물적이고 표피적이며, 지극히 단말마적인 시들의 난무로 인해 잘 보고 느낄 수 없는 환상과 신비의 벽을 오감으로 통과하는 즐거움이 달다.
송상욱 시인은 고흥 출생. 시집 '망각의 바람'(1975년)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망각의 바람''영혼 속의 새''승천하는 죄''하늘 뒤의 사람들'이 있으며, 계간'송상욱 시지'(현 24호)를 발행하고 있다. 현대시인상 본상을 수상했다.
송상욱(본명 : 宋相恩)
고흥에서 출생 고흥의 대서 초등학교와 영주 중학교를 졸업
1956년 순천 고등학교 입학, 이듬해 급성위장 질환으로 촌가에서 요양
1958년 부산으로 옮겨 부산 고모님의 뒷바라지 하에 대학 입시 공부
1960년 동아대학교 공대 토목과에 입학하였으나 다음해 국문과로 전과
[오후문학] 동인에 참여, 詩作 활동을 함
1963년 부산 시립 극단에 입단 연출부로 활동
1964년 제1회 동아문학상 수상(동아대 주최)
1965년 KBS 서울 중앙 방송국 방송극 프로 [젊은 수난] 방송
거주를 서울로 옮겨 후반기 프로덕션 영화사 (당시 이봉래) 연출부로 활동
1967년 순수 초현실주의 시 운동지 [시와 의식] 창간 멤버로 초현실주의의
한국 토착화를 위해 시운동을 전개하다 잡지로 변질되는 바람에 그만 둠
1969년 교단 생활을 시작
1973년 [아시체] 동인으로 활동
1975년 첫시집 "망각의 바람" 출간으로 문단 데뷔
1976년 엔솔로지 [실험실] 참여
1977년 [초현실주의연구회]에 참여
1982년 시집 "승천하는 죄" 출간
1983년 [전환] 동인으로 활동
1992년 [응시] 동인에 참여
1993년 시집 "하늘 뒤의 사람들" 출간, 현대 시인상 본상 수상
1996년 개인시잡지 "송상욱 시" 발행
2003년 4월 송상욱시지 제16호 발행
2003년 9월 송상욱시지 제17호 발행
2004년 3월 송상욱시지 제18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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