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의무게1 신진순의 '햇살의 무게' 햇살의 무게 신진순 초여름 나로도에선 함지박 속 햇살도 갯장어가 된다 허리가 수평선보다 낮게 내려온 저 할머니 자신과 함께 늙은 함지수레에 들통 하나 싣고 삼거리에서 동포마을 쪽으로 반쯤 식은 태양을 밀며간다 고무 함지를 노끈으로 꿰매 어깨에 걸친 은백의 세월 무임승차한 갯벌에서 건져 올린 비릿한 체념과 파도 소리까지 싣고 노을 속을 지친 소처럼 느릿느릿 걸어 간다 몇 걸음 가다 멈춰 서서 굽은 허리를 양손으로 받치고 등 굽은 독백 한줌 해변 저쪽으로 푸념하듯 날리며 긴 숨으로 천리 길 가듯 한 뼘 길을 간다 유월의 송엽국 한 무리가 분홍빛 졸음을 켜둔 채 당직을 서는 근무자 없는 허깨비 파출소 담장 밑, 길고양이 한 마리 그 걸음길 멀거니 쳐다보다 애터지고 허기져서 전생을 핥아대며 마냥 앉아있다 파도를.. 2023. 2.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