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리할머니1 유순남에세이 '우천리 할머니' 수요일 아침이다. '본 분교 합동수업'을 하는 날이라 첫배를 타고가 초평항에 내렸다. 월요일 아침에 짐이 많아서 차를 선착장에 두었다. 사람들 통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빨리 차를 빼려고 잰걸음으로 갔다. 차 시동을 걸고 차를 돌리려고 왼쪽 창밖을 보는데, 할머니 한분이 잽싸게 다가와 뒷문을 연다. 놀라 바라보니 "버스 타는데 까지만 태워다 주시요." 하고 차에 오른다. 얼른 차에서 내려 뒷좌석을 정리해주었다. 평소에는 해변도로로 다니는데, 그날은 반대방향인 승강장이 있는 쪽으로 갔다. 승강장에 조금 못 미친 좁은 골목에서 도로공사를 하고 있었다. 차가 통과할 수가 없어서 할머니를 그곳에 내려드렸는데, 내릴 때도 아무 말이 없었다. 차를 다시 해변도로 쪽으로 돌렸다. 그분도 젊었을 때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 2021. 9.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