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가사에서1 오재동의 시 '능가사(楞伽寺)에서 능가사楞伽寺에서 오재동 흰 구름 몇 굽이 능선을 감고 넘어온다 솔숲을 헤치고 골짝으로 불어온 바람은 대웅전을 기웃거리고 고요를 흔들어 깨우는 풍경소리는 단청이 시리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흐르는 촛불 앞에서 살아서 지은 죄 풀지 못하고 아스라이 너무나 멀리 있는 염원 꼭 감아쥔 두 손 모두우고 들릴 듯 말 득 향 묻는 음색으로 슬픔을 유언처럼 일궈 올린 여인의 기도 소리 너를 위해 천 번 죽어도 여한이 있으리오 바람이 지나고 새들이 지저귄다 전생에 살다 이생의 산자락 속에서 머물다 가고 싶다고 흘러간 세월 무거운 행장 저 멀리 산 아래 벗어놓고 그림자처럼 올라온 비구니의 포름한 눈동자 눈썹 가늘게 덮고 새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우리는 것은 지금껏 마음을 닫지 못하고 두고 온 슬픔 하나 남아 있는 탓일까.. 2022. 8.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