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孤)1 정재순의 수필 '고(孤)' 고(孤) / 정재순 여인의 머리 위에 꽃숭어리가 눈부시다. 쇄골로 살포시 내린 꽃잎에 나비가 앉을 듯 말듯 망설인다. 그림 제목은 ‘고(孤)’다. 세상의 어떤 언어로도 모자랄 처연한 눈빛과 외로움을 애써 잊으려는 희미한 입가의 미소가 눈을 붙든다. 내 고독의 원형을 만난 것처럼 멍히 바라보고 서 있다. 어깨 위 나비와 머리의 화사한 꽃 빛깔이 묘한 느낌을 준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그녀의 눈망울은 한없이 외로워 보인다. 꽃을 한가득 올렸으나 그 뒤에 숨은 고독은 어찌할 수 없었나보다. 인생의 실패와 좌절로 겪은 아픔을 고유의 색채와 향기를 지닌 꽃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천경자 화백의 그림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갔다. 신혼시절, 달력에 실린 그림이 마음속으로 쑥 들어와 액자에 담아두고 한참을 그 .. 2022. 9.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