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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명산산행

비자나무의 푸르른 신록과 붉은 철쭉에 마음조차 물드는 고흥 천등산

by 고흥을 찾아서 2015. 5. 7.

 

고흥에서 팔영산, 적대봉 다음으로 세번째 높은산에 올랐다. 풍양면·도화면·포두면 경계에 솟은 천등산 (555m)이다. 산 남쪽 자락을 덮는 철쭉과 내려다보는 바다 경치가 그림 같은 산이다.

 

 

철쭉동산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무데크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팔영산, 마복산 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풍남리· 송정리 들판과 앞바다의 거금도를 비롯한 섬 무리, 그리고 깊이 파고든 해안선과 바다가 중첩돼 이어지며 반짝인다.

 

 

정상에서 내려오면 삼거리 금탑사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는 바둑판 모양의 너럭바위가 있는 신선대가 있으며,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천등산 동쪽 자락에 아담한 고찰 금탑사가 자리잡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금탑사에는 조선 말기 건물인 극락전(도 유형문화재), 괘불탱화(보물) 등이 있으며, 절 안팎에 드리운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을 잡아끄는 편안한 산사다.

 

절 앞엔 200여년 전에 심어졌다는 3200여그루의 울창한 비자나무숲(천연기념물 제239호)이 빽빽하고, 절 뒤엔 동백나무숲이 우거져 절을 감싸고 있다.

 

 

천등산이란 이름은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바위 능선 에서 나왔다고도 하고, 금탑사 등 산자락에 있던 여러 절에서 천개의 등을 만들어 제를 올린 데서 비롯했다고도 전해온다.

 

 

조선말 흥양현(옛 고흥) 현감으로 부임했던 김홍집도 가뭄이 들자 천등산에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이때 그가 썼던 기우제 제문이 전해온다.

 

그리고 남해 바닷가 산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바다 조망이 좋아 정상에 봉수대가 있었고, 동쪽으로 마복산 봉수와 서쪽으로 장기산 봉수와 서로 응했다.

 

 

조선시대 천등산엔 소나무가 많아, 선박용 목재 확보를 위해 벌채를 금하기도 했다.

 

 

 

 오래된 산성이 세개나 있고 허물어져가는 옛산성을 지나 인적이 끊어진 고개길로 넘어가면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소박한 농민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눌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