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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여행감상

순간이 아름다운 곳 녹동항 24시

by 고흥을 찾아서 2010. 11. 13.
순간이 아름다운 곳

녹동항 여행의 출발은 호기심이었다. ‘항구의 24’시는 어떤 풍경일까... 하는. 전남 고흥 도양읍에 위치한 녹동항은 구항과 신항으로 분리돼 있다. 구항과 신항은 걸어서 5분 거리. ‘심플’ 한 녹동 신항은 가까이 금당도와 초도, 멀리 거문도백도 그리고 제주도를 오가는 거대하고 빠른 배들의 정착지이자 집결지다. 신항에 비해 번화한 구항은 녹동항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자 관광객들이 거쳐 가는 일종의 ‘정류장’이다. 해변 일주도로로 정평이 난 거금도에 가려면 이곳 녹동 구항에 들러야 한다. 다양하고 싱싱한 수산물을 사고 싶다면! 녹동항 사람들의 자분자분하고 구성진 사투리를 듣고 싶다면! 늦은 밤, 바닷가 불꽃놀이를 보고 싶다면!

해질녘, 소록대교 너머 정박한 어선들 사이로 바다에 빨려 들어가듯 붉은 해가 지는 ‘순간’이 보고 싶다면! 새벽, 수산물 경매장의 활기차고 열띤 삶의 ‘순간’ 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곳 녹동 구항으로 발길을 옮겨야 한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전남 고흥 ‘녹동항의 변화무쌍 24시’를 담아본다.

여행자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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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고 많은 여객선의 집결지 녹동 신항에 새벽이 찾아온다. 아침 9시에 떠나는 제주행 카페리호가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면서 배문을 열고 사람들을 기다리며 유유히 정박해 있다. 이윽고 소박한 전신주 불빛 두 개가 켜지면서 신항 주변을 밝힌다. 매표소 앞은 녹동에서 가까운 섬인 금당도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뱃사람의 커다란 목소리가 여객선의 출항을 알린다. 뱃사람은 빨리 빨리 여객선에 오르라고 재촉한다. 이윽고 여객선은 까만 바다에 하얀 물살을 일으키며 멀리 사라져 간다. 여객선을 타고 금당도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보통 그곳에 거주 하면서 녹동에서 일하는 사람들인 듯했다. 녹동 신항에서 거문도로 가는 데는 불과 1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사진 찍는 모습이 신기한 듯 ‘어디서 왔소? 서울서 왔소?’ , ‘나도 한 장 찍어주랑께!’ 라고 연신 말을 건다. 녹동 신항에서 거문도와 백도를 유람선으로 관광하려면 약 2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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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동항의 하이라이트는 새벽. 새벽 수산물 경매장이다. 밤새도록 잡은 문어, 오징어, 게, 장어, 서대 등을 어선에서 바로바로 경매장으로 풀어놓는 시간. 녹동항의 새벽은 활기차다. 보통 새벽 7시에 이루어지는 수산물 경매는 약 1시간이나 소요된다. 수산물 경매장이 열리면 고흥수협직원들이 공정하게 경매를 진행한다. 경매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은 까만 수첩과 흰 분필을 준비한다. 그리고 맘에 드는 매물이 나오면 수첩에, 가격과 자신에게 부여된 경매번호를 적어 손을 높이 치켜든다. 꽤 숨 가쁘고 사뭇 진지한 삶의 순간이다. 이윽고 높은 연단에서 그것을 발견한 ‘경매사’는 낙찰자를 정해 마이크에 대고 여러 번 반복해 소리친다. 경매장에서 거래된 수산물은 바로바로 식당이나 경매장 앞의 직판장으로 옮겨져 관광객들에게 판매된다. 직판장과 경매장 2층으로 올라가면 구입한 ‘생선회’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가가 나온다. 관광하면서 싱싱한 수산물을 구입하고 싶다면 이곳 직판장을 이용해보자. 장어 1kg에 만5천원. 게 1kg에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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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수산물 경매장 구경을 마친 후 제법 늦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가를 둘러본다. 녹동 구항 맞은편에는 바닷가를 따라 음식점이 즐비하다. 경매장에서 사온 생선을 옹기종기 모여앉아 바로바로 손질하는 사람들 풍경도 볼 수 있다. 경매풍경 사진을 찍던 우리 일행에게 ‘이제 아침 묵어야지’ , ‘뭐 먹겠소?’ 하고 친근하게 말을 거는 녹동항의 아저씨가 있다. 그 아저씨의 도움으로, 서대구이로 이름나고 친절하기로 소문난 아담~한 식당을 알게 되었다. 그곳으로 고고씽!

여행자의 아침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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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동항은 아담하다. 바다를 따라 일렬로 어선들이 정박해있고, 유람선 선착장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다. 가만히 있으면 솔~솔~ 연한 바다 내음도 풍겨온다. 여유롭고 한적한 항구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오후에 도착해보자.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위에 장난감 모형처럼 동동 떠있는 어선도 볼 수 있다. 시간이 있다면 이곳 녹동 구항에서 출항하는 녹동 거북선 유람을 즐겨보자. 소록도 주변을 도는 1시간 코스와 여러 가지 다양한 희귀바위의 향연인 금당8경을 감상할 수 있는 2시간 코스가 있다. 단, 정원이 채워져야 출발한다. 또한, 항구 앞 건어물 위판장에 들르면 녹동산 멸치 등 값싸고 질 좋은 건어물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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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동항의 바다는 거칠지 않다. 세찬 파도가 치지는 않는다. 잔잔하게 유유히.. 항상 그래왔듯이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녹동항 사람들의 요란스럽지 않은 친절함과 ‘왠지 모르게’ 닮아 있다. 그 시간이 되면 녹동항에는 거금도에서 출항한 여객선이 정박한다. 그리고 또 다시 거금도로 입성하기 위해 일렬로 늘어선 자동차 행렬로 북적거린다. 녹동항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사연 많은 소록도와 그곳을 잇는 소록대교가 한 눈에 보인다. 소록도는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마치 손으로 잡힐 듯하다. 정박해 있던 많은 어선이 또 다시 바다로 출항할 준비를 서두른다. 그리고 이내 서서히 조금씩 바다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태양...그 순간이 온다. ‘일몰...’ 녹동항의 일몰은 풍경이 잘 어우러져 정말 아름답다. 고흥 중산의 일몰이 출중하기로 소문나 있지만, 녹동항에서 바라보는 일몰 또한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해는 파란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해 하늘을 노랗고 붉게 물들이면서 소록대교를 너머 바다로 빠져든다. 그리고는 곧 주변이 캄캄해진다. 불과 20분만의 ‘사건’이다. 녹동항의 ‘일몰’ 은 고흥의 ‘11경’ 이다.

여행자의 저녁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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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대교의 불이 켜진다. 낮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소록대교의 색깔 있고 불빛 있는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록대교를 지나는 자동차 불빛이 유난히 크게 보인다. 캄캄했던 상점 간판에도 반짝~ 불이 들어온다. 녹동항 밤바다의 파도소리가 가냘프게 들려온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걸 잡아 왔는지 어망 가득 갖가지 생선을 담아 식당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낚시꾼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밤이 되자 이곳 녹동항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낚시꾼들이 꽤 있다. 그 중에는 여자 분도 있었다. 무엇을 잡고 있나 누군가 물어보자 ‘갑오징어’ 라고 한다. 오호라~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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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게 내려앉는 녹동항. 멀리 소록대교의 불빛만이 캄캄한 바다를 비추고 있다. 간간히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주변은 그야말로 ‘조용’ 하다. 갑오징어를 잡던 사람들도 이제는 저마다 어망을 들고 속속 집으로 또는 자신의 가게로 향한다. 그때 어디선가 걸쭉한 목소리의 구성진 노래 한 자락이 들려온다. 녹동항 수산물 경매장 앞에는 건어물을 파는 작고 작은 노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그곳도 이제 ‘파장’ 을 하고... 그 가까이에서 소주 한잔 기울이던 아저씨들이 얼큰한 기운에 시원하게 노랫가락을 뽑아냈던 것. 잠시 아저씨의 노랫소리를 들어본다. 마침 주변에 커플여행을 온 남녀 한 쌍이 그 노랫소리를 듣고 살며시 미소를 띈다. 아저씨의 노래는... 삶의 ‘시름’ 이었을까? ‘흥’ 이었을까? 한편, 이곳 녹동 구항에서는 매년 5월이면 바다 불꽃 축제를 감상할 수 있다. 봄밤, 까만 도화지처럼 깜깜한 하늘위로 그림을 그리듯 화려하게 터지는 폭죽의 불꽃을 보며 바닷가를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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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하루 - 한국관광공사 트래블아이 취재기자 신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