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서동애
우리 집 거실에는 사진작가인 조카사위가 보내준 할미꽃사진 한점이 걸려 있다.
앞으로는 퍽 귀 한 꽃이 될 수있을 같아서 사진으로 담았다는 그의 말을 귀전으로 흘린 채 받았다. 봄이면 무덤가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할미꽃이 귀한 꽃이 된다니 그때는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검붉은 꽃부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있는 아담한 자태가 날이 갈 수록 더 정감을 자아내고 있다.
고흥에 내려가 있는 동안 장날을 맞았다. 특별히 살 것은 없었지만 장 구경을 할 요량으로 집을 나섰다. 장터는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였다. 우선 사람 들의 옷차림부터 가게구조와 자동차 행렬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하지만 흥청거리는 술인심과 음식 인심은 장날의 풍경은 한층 고조 시키고 있었다.
돼지국밥 집에는 한껏 멋부리고 온 중절모를 삐땃하게 쓴 시골 할아버지들이 말걸리 사발을 앞에 놓고 밀렸던 이야기꽃으로 왁자지껄 하다. 채소 가게에는 텃 밭에서 갓 뜯어온 상치, 부추, 쑥등을 무더기로 쌓아 놓았다. 뻥튀기 기계는 시뻘건 불길에 달구어 펑펑 옥수수 튀밥이 하얗게 퍼져나온다. 팥죽집 에서는 팥물리 밴 앞차마를 두른 인심 좋은 아줌마가 죽그릇넘치도록 담아 먼길 장에 온 할머니 식탁위에 놓으며 먹고 모자라면 더 먹으란다. 어디 에서 볼 수 없는시골 장터 의 인심 이다.
그 옆 골목으로 돌아서니 약초 파는 시골 아주머니 들이 쪼그리고 앉아서 오고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다. 한 할머니의 마대위엔 고개를 푹 늘어 뜨린 할미꽃이 까만 비닐 봉우리에 묶겨 있었다. 그 순간 나는 화가 났다. 제 자리 에 있으면 건강하게 잘라랄 터인데 시멘트 닥위에서 강한 봅 햇볕을 받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이윽고 발걸음을 멈추고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이 꽃 파세요? 어디다 쓰는 꽃이래요요?"물으니 "약으로 쓴다는디 나도 잘 모르고 장애 오면 사는 이가 있다 길레 갖고 왔는는 할머니는 '살라요'? 하는 그의 망르 무시하고 값을 물어더니 알아서 주고 가져 가란다. 그래도 될까요 하며 2천원을 주고 그 할미꽃을 들고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숨 고를 틈도 없이 뒷베란다에서 꽃삽을 찾아들고 뒷동산으로 올랐다. 양 바른 쪽 잔디밭에 할미꽃을 심었다. 부드러운 흙을 덮어주며 빨리 뿌리 내리도록 눌러 주고 또 발로 다시 한번 힘주어 밟았다. 잘 자라서 돌아오는 봄에는 예쁜 꽃을 피우라는 당부도 해주었다.할미꽃이 어떤 약초일까? 하고 자료를 찾이 보았다. 기록에 의하면 우리 생활에 많은 보탬을 주는 꽃이었다. 우선 할미꽃이 고개를 쳐들면 가뭄의 조짐으로도 보인다는것이다.
늙어서 소박맞고 소외 당한데 대한 반하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또 겉은 백발의 할아버지 같아 백두홍이요 허리가 굽어 할미 같다하여 노고초(老姑草)라는 이름도 곁들여 있다. 속은 붉다 못해 검붉어져 있어 일편 단심의 기개로 상징하여 예선비들이 흠모 하는 꽃이기도 하다.들에 나가 할미꽃을 캐다가 담장 아래 심어 놓고 굽히지 않은 기개를 상징했던 탓에 양지초라고도 불려진 꽃이다.
뿌리를 즙내어 하수구나 측간, 외양간 등에 뿌려 두면 벌레나 병균 같은 것을 구충함을써 모든 병을 예방하는 소독약 구실도 했다. 또 해독의 효능과 지사제 약으로도 쓴다고 했다. 또한 꽃은 배두옹화라고 하여 학질이나 두창을 치료하는데도 효능이 높다고 한다. 꽃잎도 요슬풍통. 부종, 심장통을 치료하는 등 여러가지로 우리에게 필요한 약재로 쓰이기도 한다니 그 동안 무심결에 푸대접 했던 일이 새삼 후회를 몰고 온다.
이러한 할미꽃에 퍽 흥미로운 설화도 있다. 손녀 둘을 데리고 살던 할머니가 , 곱상의 손녀는 부잣집으로 밉상의 손녀는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보냈는데 가까이 사는 곱상의 손녀가 할머니를 모셨는데 차츰 구박이 심해지면서 굶기기도 일쑤였다. 하는 수 없이 밉상의 손녀를 찾아가던 할머니는 어느 고개 마루에서 쓰러져 그대로 숨지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음씨 고운 밉상의 손녀가 달려와 얀지 바른 보리 밭가에 묻어드렸는데 이듬해 그 무덤에서 피어난 것이 바로 할미꽃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할미꽃이 주는 교훈이 많은 줄 미쳐 몰랐 던 일이다.
이제 부터는 노인들이 들려주는 한마디 말씀이라도 귀담아 간직하고 진실 된 마음으로 공경하며 섬겨야겟다는 생각을 곰곰히 되뇌어 본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피어나는할미꽃을 앞으로는 또 다른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귀한꽃이 아무쪼록 잘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저 멀리 고향에 계신 팔순 친정어머니께 집 뒤 무덤가에 피어난 할미꽃은 그대로 인지 전화를 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