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우주항공수도 고흥을 찾아서
6대 명산, 169개에 달하는 섬, 쉼 없이 이어지는 해안선, 청정하고 아름다운 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이렇듯 마음에 와 닿는 곳이 있을까? 돌아서면 아쉬워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풍경에는 정취가 흠씬 배어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고흥항공기체계종합성능시험센터가 들어서고,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우주천문과학관, 경비행장 등이 건설 중에 있어 테마관광지로 여건을 갖춰 가고 있었다. 또한 고흥~녹동간 4차로 확포장 개통, 고흥~여수간 연륙‧연도교 가설, 녹동 - 금산간 연륙 연도교 가설 중에 있으며, 국도 77호선 노선변경 등 지역 인프라 확충으로 접근성 및 정주기반을 강화해 가고 있어 그간 여행일정 및 시간 등 접근성 때문에 찾지 못했던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고흥읍으로 들어서기 전 어머니의 품과 같이 포근한 느낌을 주는 운암산에는 일본 고비키 찻잔의 고향이라는 운대리 분청사기 가마터 30여기가 산재해 있고, 청동기시대의 동검, 동추 등이 발굴되었다. 꼭대기에는 조선말기 총리대신인 김홍집이 흥양현감 재직시 기우제를 지냈다는 제단이 제문과 함께 전하고, 중턱에는 조선 중종 12년에 창건했다는 수도암 무루전이 있다. 깊은 계곡, 수목들, 그리고 산길 옆 저수지의 에메랄드 빛 초록색의 향연이 가슴벅찬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안내표지판을 따라 두원소재지 쪽으로 한참을 달리다보면 두원운석 낙하지가 나온다. 1943년 11월 23일 오후 3시 47분경 두원면 성두리 야산에 떨어져 국내 유일하게 소재가 확인된 운석으로 실물은 대전에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소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태양계의 생성, 변천과정 등 우주과학 연구분야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물결 잔잔한 득량만의 대전해수욕장을 뒤로하고 풍류해수욕장 등 해안드라이브 코스를 달리다 보면 바다를 메워 새로운 땅으로 거듭난 고흥만이 반긴다. 2.8km의 방조제를 지나며 간척지의 넓은 평야와 득량만의 넓은 바다를 한번에 감상할 수 있다. 전국최초의 경비행장과 항공센터가 자리 잡았으며, 호수 안쪽에는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방조제 서쪽 끝의 선착장은 바다낚시터로 각광받고 있다. 봄에는 벚꽃길에 유채꽃단지, 가을에는 메밀꽃이 만개하여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도덕면을 지나 도착한 곳이 녹동항이다. 남해안의 수산물의 집결지이자 해상교통의 요지이다. 인근섬에서 잡히는 활어, 선어 등과 김, 미역, 다시마, 멸치 등 해산물이 모여들고, 이곳에서 거금도, 금당도, 득량도, 시산도 등 인근도서와 멀리 제주도, 거문도, 평일도, 약산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입출항하는 항구이기도 하다.
녹동항에서 바라다 보이는 섬이 소록도다. 연륙은 되었으나 주차시설 등이 미비하여 3월말에나 개통 예정이란다. 배로 도착한 이곳은 사슴처럼 맑은 영혼을 지닌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43년간 한센병 환자를 보살펴온 두 수녀가 2004.11월 편지 한 장만을 남기고 고국 오스트리아로 홀연히 떠난 길가 언덕 위의 건물외벽에는 “마리안과 마가레트의 집”이라는 현판이 이별의 슬픔을 대신 전하고 있다. 들어가는 길목에 병원건물이 있고 뒤쪽으로 소록도생활자료관과 붉은 벽돌로 지은 검시실 및 감금실이 가슴 아픈 역사를 일깨워 주고, 소록도중앙공원에는 500여종의 식물이 6천평 규모에 잘 정돈되어 있으며 빼어난 조경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문득 소설가 이청준선생이 쓴 “당신들의 천국”과 시인 한하운의 “전라도길”, “보리피리”가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소록도를 나와 20여분 다시 들어간 곳이 거금도(금산면)다. 이곳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고래등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적대봉이 있다. 봉수대와 목장성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으며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는 송강암이 있다. 1603년 거금도를 찾은 고산 윤선도 선생이 섬의 수려한 경관에 감탄 거금팔경을 짓고 신평리 홍련마을에 기념식수 했다고 전하며 현재 고산목으로 불리고 있다. 이곳은 판소리 명창 동초 김연수, 그의 제자 오정숙이 고이 잠들고, 1970년대 박치기왕으로 온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었던 프로레슬러 김일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 국도를 달리다보면 다도해 비경이 한눈에 펼쳐지며 거금도 해안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일출이 아름다웠다. 상쾌하지만 제법 칼칼한 바닷바람에 온몸을 맡긴 채 배에 올랐다.
도덕 오마를 거쳐 들린 곳이 천등산이다. 계절따라 철쭉, 억새 만발하는 이곳에는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금탑사 주위로 300년을 넘는 비자나무 3,300여그루가 군생하고 있었다.
고흥읍내에 들어서 고흥동초등학교를 찾았다. 교정 한편에는 “누가 누가 잠자나”, “자전거” 등 400여편의 동요작가 목일신의 노래비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어 고흥문화회관을 찾았다. 김연수실, 송순섭실, 오성삼실, 박양덕실, 천경자실 등 각 실마다 자랑스런 고흥출신의 문화인물 명칭을 부여하여 군민들이 긍지를 지니고 있었다.
천경자전시실에서는 천경자 화백의 드로잉 55점과 판화 11점, 저작물과 소장품 등을 상설전시하고 도록, 포스터, 엽서, 열쇠고리 등 아트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고흥문화회관을 나서 공설운동장, 팔영체육관, 생활체육시설인 헤라클레스공원 등을 둘러보며 고흥의 발전상을 한눈에 보는 것만 같았다. 대규모의 문화행사나 체육행사 개최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발길을 재촉하여 도화면에 위치한 발포로 찾아가는 길목엔 백로 및 왜가리 500여마리가 둥지를 틀고 이순신장군이 36세때 발포만호로 부임해와 18개월동안 재임했다는 발포만호성 성벽과 오동나무터, 굴강터 등을 볼 수 있었고 이곳 충무사에서는 매년 4.28일 다례제를 모시고 있다한다.
신경통, 부인병 등에 특효가 있다는 찜질용 노란모래가 길게 걸쳐진 발포해수욕장, 이곳은 간조시 자연산 피조개를 채취할 수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활개바위, 거북바위 등 기암괴석을 볼 수 있으며 바다낚시의 명소로 정평이 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나로도로 달리는 길 때로는 바다를 끼고 달리고 때로는 마을 안길을 달려 섬사람들의 인정을 느끼게 해주며 때묻지 않는 풍경을 선사해 준다. 도착한 나로도항은 일대 수산물의 집결지이며 거문도를 가는 여객선과 외나로도 일주 유람선이 출항한다.
유람선을 타고 2시간 동안 활개바위 등 다도해의 갖가지 기암절벽과 뛰어난 해안절경, 나로우주센터, 봉래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외나로도 중심부의 봉래산에는 30미터를 훌쩍 넘는 삼나무 3만그루가 하늘을 찌를 듯 군락을 이루고 울창한 숲을 형성하여 산림욕을 즐길 수 있었으며 숲이 주는 편안함과 자연에 도취되어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상반기에 발사될 과학위성 2호를 준비중인 나로우주센터를 방문코자 하였으나 아직까지는 출입통제중이란다.
아쉬운 발길을 돌려 마복산에 올랐다. 다양한 형상의 바위들이 옹기종기 서있고 정상에 오르면 푸른 바다 위를 떠다니는 듯한 올망졸망한 섬들, 부드러운 선으로 이어지는 해안선, 그 사이사이 들어앉은 포구 등의 다도해 경관과 해창만의 넓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 여자만과 다도해, 일출을 볼 수 있어 산행객들의 방문과 숙박이 연중 이어진다는 팔영산휴양림에서의 겨울밤은 깊어만 간다. 팔영산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산세가 험준하고 변화무쌍하여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부산, 경남 등에서 당일코스로 많이 찾고 있었다.
휴양림을 나와 점암 · 남열리간 해안도로를 달렸다. 다도해의 전경을 감상하면서 가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이다. 승천의 꿈을 품에 안은 영남 용바위 주변은 넓은 반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단체나 가족단위 나들이 장소로 좋으며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마파도 2”와 “귀휴” 등 영화촬영지인 남열해수욕장은 송림 숲과 깨끗한 백사장, 힘찬 파도가 가슴가득 다가왔다. 이곳은 남해바다 수평선 위에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라 한다.
돌아가는 길에 길에 능가사에 들렀다. 신라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능가사에는 보물인 대웅전과 범종이외에도 국가의 길흉대사가 있을 때 어깨와 가슴에서 땀을 흘리는 것으로 유명한 응진당 목조삼존불 등이 있다.
온화한 기후, 풍부한 농산 및 어족자원, 따뜻한 인정이 있어서 좋았던 고흥, 때묻지 않은 신비로운 자연과 첨단산업의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 좋았다. 고흥반도 여행을 마치고 떠나는 날 동양화의 산수화처럼 겹겹이 포개어져 있는 산과 들을 붉게 물들이면서 장엄의 극치를 이룬 중산일몰과 썰물 때마다 열리는 작지만 아름다운 섬 우도가 발걸음을 내내 떨어지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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